“선관위 7년간 58명 부정채용 의혹… 내부망에만 공고 올리기도”
자격요건 미달하는데도 합격 13명”
직원 60% 이상 개인정보 제공 거부
28명 檢에 고발-312건 수사의뢰
● 당일 내부 추천으로 채용된 사람만 13명
권익위가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년간 선관위에 경력 채용된 384명 중 58명(15%)이 부정합격 의혹 대상자로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전체 162회의 경력 채용 중 104회(64%)에서 353건에 달하는 채용 비리가 확인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 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청탁 여부 등이 의심되는 312건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특히 권익위는 채용 공고 없이 내부에서 추천받은 1인이 별도의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하는 ‘비다수인 채용’과 관련해 28명을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수사 의뢰했다. 채용 당일 내부 추천을 받아 서류전형·면접을 거쳐 하루 만에 채용된 사람도 13명에 달했다.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의 자녀가 비다수인 채용으로 뽑히는 등 비다수인 채용은 고위직 자녀들의 ‘아빠 찬스’ 특혜 채용 경로로 지목돼 왔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에선 이런 제도가 없다. 사실 처음 듣는다”고 했다. 조사단에 파견 온 인사혁신처 직원도 “규정을 이렇게나 악용할 수 있느냐”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5월 선관위는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는데, 수사 의뢰 4건, 징계의결 요구 4건, 주의처분이 2건에 불과했다”며 “오늘 권익위 발표와 비교해 보면 선관위가 했던 것이 자체 감사인지, 자체 은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 “선관위 60% 이상이 개인정보 제공 거부”
권익위는 정작 전수조사의 계기가 됐던 가족 특혜나 부정청탁 의혹은 선관위 직원들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로 밝혀내지 못했다. 정 부위원장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직원이 41%에 불과했다. 사실상 60% 이상이 거부해 (가족 관계는)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며 “312건을 수사 의뢰한 것은 그런 점을 살펴봐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향후 인사 분야의 감사 기능을 감사 부서로 이관하고, 채용 관련 규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에게 경력 채용 사실을 미리 알려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신우용 전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1급)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밝힌 6월 9일 이후인 같은 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7월 1일 의원 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됐다. 아울러 ‘사촌 채용’ 의혹을 받는 주무관 A 씨(7급)도 의원 면직됐다. 두 사람은 공무원연금이 삭감되는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선관위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선관위 사무총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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