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용비리 선관위, 권위·신뢰 다 잃다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제기됐다. 권익위가 지난 7년간 경력 채용을 조사했다. 부정 합격 의혹 58명 등 353건이 적발됐다. 이 기간 선관위가 자체 진행한 경력 채용은 162회다. 이 가운데 64%인 104회에서 절차 위반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키로 했다. 또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 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은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다. 민주 질서 확립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자긍심도 높다. 그런 기관에서 들통난 채용 비위 백태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에서 특혜와 부당 결정이 있었다. 임기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비위투성이였다. 절차를 무시하고 서류·면접·시험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채용 공고를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게재해 ‘아는 선관위 직원’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멋대로 합격자 결정 기준도 바꿨다. 당연히 멀쩡한 서류·면접 전형 합격자가 탈락하고 다른 예비 합격자가 채용됐다. 응시 자격 기준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도 했다. 역시 혜택을 본 것은 선관위 근무 경력자들이다. 선관위 관련자에게만 문호를 개방한 경우도 있었다. 채용 공고 기간을 단축해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이게 가능했던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중앙선관위가 정례 인사 감사를 하지 않았다. 면접위원을 내부 인사로만 채웠다.
일반 공채였다고 보자. 채용 기간 멋대로 단축하면 그 자체로 난리가 날 일이다. 내부 게시판에만 올린 공고는 공고(公告)도 아니다. 합격 기준을 중간에 바꾸면 그 순간 무효다. 단 한 개 기관·기업에서, 단 한 번만 생겨도 경찰에 잡혀 갈 일들이다. 현재 공직 사회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이런 게 그게 다른 곳도 아닌 선관위에서, 그것도 관행처럼 이뤄졌다. 그리고 많은 경우가 ‘직업 대물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감사와 조사를 거부했다. 권익위 조사단 활동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감사원 감사’를 핑계 삼거나 ‘특혜 채용 부분’만 수용하겠다고 버텼다. 그때만 해도 많은 국민은 선관위를 믿었다. 독립성 훼손을 걱정해줬다. 그 믿음의 결과가 이 난장판이다. 온갖 채용 비위가 망라돼 있다. 그나마 이번 조사 결과도 비협조 속에 겨우 도출된 것이라고 한다. ‘선관위 비협조로 채용 당사자간 가족 관계는 점검 못했다’는 발표다.
선관위는 민주 질서의 보루다. 활동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선거 행정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그런 기관이 온 국민을 실망시켰다. 젊은이들 갈 일자리를 편취했다. 가족끼리 주고받으며 대물림했다. 이런 선관위를 어찌 신뢰하고 존중하겠나. 거대한 둑은 작은 구멍에 의해 무너진다. 국민의 실망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다. 그간 선관위를 향해 무조건 신뢰를 보냈던 일련의 선거 부정 의혹들, 그 신뢰는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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