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화사 공연논란과 몬스터 페어런츠 현상
마마무 화사의 공연논란을 뒤늦게 살펴보니 이는 몬스터 페어런츠 현상과 맞물려 있었다. 단순히 표현이나 예술의 자유를 뛰어넘는 화두가 있었던 셈이다. 몬스터 페어런츠는 본래 일본에서 시작된 현상이지만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형성돼 있었다. 이는 헬리콥터 페어런츠에서 연원한 말로 자녀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돌면서 간섭을 하는 부모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학교에 민원을 수시로 제기하면서 비상식적인 요구를 일삼는 학부모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그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일본의 신생아 출산이 줄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연애와 결혼에까지 개입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일이라면 전방위로 나서는 속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몬스터 페어런츠가 화사의 공연논란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화사를 공연음란죄로 고발한 주체가 학부모단체여서다. 이에 며칠 전 화사는 경찰에 출두해야 했는데 이 고발은 매우 과도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공간문제다. 화사의 공연은 대학축제 공간에서 벌어졌다. 공연현장에 있지도 않은 제3자가 법적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연이 문제가 있다면 관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화적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법적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관객이 원치 않으면 그런 콘셉트의 재공연은 이뤄질 수 없다.
두 번째,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축제현장에 참여한 일부 초등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논거를 드는데 이 공연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적용하는 공연이어야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이 공연은 일반인을 위한 공연이 아니었다. 대학공간은 문화예술적으로 혁신적이고 선도적 역할을 해온 것이 역사적으로 자명하다. 평균 상식을 언급하는 것은 대학공연 자체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
세 번째, 이 공연은 방송제작을 전제로 이뤄졌다. 지적을 받아들여 방송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논란이 된 것은 SNS에 해당 장면이 직캠짤로 공유돼 확산해서다. 엄밀하게 이 직캠짤은 저작권법상 불법 영상물이다. 더구나 해당 학부모단체도 공연을 직접 현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영상을 보고 사후고발해 모순을 배태했다. 문제가 해당 영상짤이라면 그것을 공유·확산하는 이들이나 SNS 플랫폼 운영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네 번째, 화사의 해당 퍼포먼스를 공연음란죄로 고발했는데 이 죄목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공연음란죄의 골간은 상대의 성적 욕망을 자극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성에 대한 자극을 전제한다. 더구나 해당 공연의 내용은 이성의 상대방 자극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현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여성이 욕망을 표현하면 음란하다고 칭한다. 여성은 성적 욕망이 없는 존재인가. 무엇보다 고발은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차별적 인식이 작동한 사례다. 오히려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관능적 콘텐츠가 넘치는 현실은 외면하는 셈이다. 더구나 이제 여성 퍼포머의 주체적인 예술행위엔 엄격한 도덕적·윤리적 잣대를 넘어 법적 처벌도 가할 태세다.
겉으로는 고발사례가 학생·자녀를 보호한다는 명분이지만 공연의 대상 주체는 피동적인 (초등)학생·자녀들이 아니고 능동적 자율의 관객이었다. 여기에 오프라인의 대학축제 정체성을 본다면 왜 법적 고발과 경찰의 수사가 적절치 않은지 확인된다. 학생·자녀보호 명분을 들어 예술가와 관객이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문화적 생태계를 허물어뜨리려는 행위라면 문화적 몬스터 페어런츠의 사례일 뿐이다. 화사의 퍼포먼스는 법적 처벌이 아니어도 이미 사회적 공론화가 됐고 본인도 그 행위에 대해 문화예술적 비난을 받았다. 오히려 처벌해야 할 대상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에 맞지 않는 악플일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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