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탄광산업재해순직자위령재 본질과 보존가치
지난 7월 태백에서 ‘국가 차원의 사업 추진을 통한 성역화 사업의 미래’ 성역화 사업 추진 실행 방안 구축을 위한 포럼이 있었다. 이날 지역별 또는 광업소별로 지내온 위령제를 서서히 흡수하여 통합위령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통합위령제에 대한 뜬금없는 주장에 의문이 들었다. 먼저 불교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이나 사찰의 생각이 추진위원회 의견과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고 본다.
또한 추진위원회가 폐특법 제11조의 5(기념사업) 중 위령재를 주최하여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희망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령재 주최는 추진위원회가 아니라 유족, 아울러 이들과 함께 위령재를 수십 년간 주관한 사찰들이다. 유족과 사찰 입장에서 통합위령제의 부당함과 문화 관점에서 위령재의 본질과 보존가치를 밝히고자 한다. -위령재는 불교천도의식이므로 ‘재(齋)’로 표기한다-
통합위령재는 추진위원회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이해당사자 간의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높다. 왜냐하면 추진위원회는 모든 유족이나 사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사가 모여 지역사가 되고, 나아가 한국산업 발전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대변기관 인양 당사자들(유족과 사찰)의 의사도 묻지 않고 통합위령재를 거론했다. 추진위는 광업소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산업재해순직자의 유족들, 위패를 안치하고 매년 위령재를 봉행하는 사찰과는 관련이 없다. 이 지점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관리사무소와 노조 또한 강조하는 부분이다. 추진위가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추진위원회의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물론 통합위령재가 효율성 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데 어찌 유족들의 슬픔과 사찰의 노고를 효율성만으로 재단하려고 하는가. 유족이나 사찰 입장에서는 통합위령재는 ‘격상’이 아니라 ‘억압이고 강제 중단’이다. 이는 탄광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는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고 짓밟는 것이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위령재를 이어온 사찰을 무시하는 것이다.
실례로 대한불교조계종 태백 장명사는 탄광산업재해순직자위령재를 장성광업소 개광 이래 약 80여 년간 주관하고 있다. 매해 4박 5일간 10~15명의 신도가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 유족들은 위패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앞으로 위령재가 사라질까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유족들 사이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이 행사가 오늘은 지속되지만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가족들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생각해 주시고 이분들이 지속적으로 여기를 기억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2019년 장명사 위령재에서 있었던 유족 김용래 님의 대표 말씀이다. 위령재 본질은 무엇일까. 탄광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온 지역문화다. 기본은 유족과 광업소에서 사찰에 의뢰해 돌아가신 영혼에 불법과 음식을 공양하는 불교의례이고, 광산지역 서민들의 기층문화적 요소가 가미된 민속이다. 그래서 사찰에서 실시하는 위령재를 ‘탄광 지역의 불교민속문화’라는 독특한 장르로 생각한다. 태백 장명사의 경우 오랜 세월 사용하는 식순과 의식 매뉴얼이 있다. 이와 유사한 취지의 순수불교의례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 그것은 동해 삼화사, 서울 진관사, 창원 백운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륙재이다.
결론적으로 탄광 지역의 사찰에서 봉행하는 위령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수륙재에 비해 역사와 규모가 짧고 적으나 근대 산업 역사를 함께하였다는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충분하다. 사찰에서 봉행하는 탄광산업재해순직자위령재는 몇몇 지역 토호에 의해 강제로 중단될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다. 오히려 문화재보호법 제2조의 무형문화재의 지정조건인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무형의 문화적 유산 중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태백 장명사, 삼척 대계사, 도덕정사, 화순 만연사, 문경 봉암사에서 봉행하는 탄광산업재해순직자위령재는 탄광 산업사와 함께한 역사 현장으로 없앨 것이 아니라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전승할 탄광 지역의 고유한 색채가 뚜렷한 근대문화유산이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원경찰 추락사' 마약모임 주도 3명 구속심사
- 원주서 로또 1등 나왔다…1084회 전국 15명, 당첨금 각 17억4천만원씩
- 올해 양양송이 첫 공판 1등급 ㎏당 110만원 초고가로 출발
- 원주 모여중 '학폭의혹' 김히어라 "폭행 피해 주장은 일방적"
- 춘천 역세권 개발 본격화 ‘춘천형 판교’ 탄력
- 영화 ‘치악산’ 상영 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서 공방…결과 관심
- ‘손흥민 카페’로 유명한 춘천 ‘인필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
- "로또 1등 당첨금 32억원 찾아가세요"…작년 10월 추첨·인천 미추홀구 판매
- '설악산 등반객 40년지기' 중청대피소 10월부터 철거 예정
- 동해 오징어는 옛말? 서해안서 오징어 공수하는 동해안 횟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