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하루키와 김환기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국내 출간된 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특별 코너가 마련돼 있다. 2023.9.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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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출판계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하루키 신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 출간이었습니다.

하루키가 6년만에 낸 장편소설로, 43년 전 발표한 동명의 중편을 개작한 책이죠.

일본에서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

국내에서도 예약판매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책은 지난 6일 서점에 깔렸는데, 출판사는 책이 시장에도 나오기 전인 지난 4일 3쇄를 찍었죠.

누적 13만부 팔린 셈이었어요.

화제의 신작을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하루키 애호가인 장석주 시인께 리뷰를 부탁했습니다.

그는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하루키 작품의 단골 모티프인 양분된 세계, 소년과 소녀 등이 그대로 차용되었다는 이야기,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우린 모두 가짜 세계서 꿈꾸는 건 아닐까... 6년만의 하루키 장편 신작

<YONHAP PHOTO-3035> 세계적 갤러리 참가한 '프리즈 서울 2023'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 VIP 프리뷰가 열리고 있다. 2023.9.6 mjkang@yna.co.kr/2023-09-06 14:58:0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여기가 강남이야. ‘강남 스타일’의 바로 그 강남!”

지난주 미술계의 가장 큰 화제였던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전시장인 코엑스 앞에서 서양 남성 둘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습니다.

‘K열풍’ 덕에 서울은 세계적으로 ‘힙’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서구 화랑들이 속속 서울 분점을 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는 홍콩이었는데, 그야말로 상전벽해입니다.

휠체어 탄 노인이 프리즈 전시장에 들어서자 구름처럼 인파가 몰려들더군요.

‘단색화 거장’ 박서보(92) 화백. 지난해 루이비통과 협업하기도 한 ‘월드 스타’입니다.

박 화백과 기념촬영하는 관람객들을 보고 있자니 김환기의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마티스·루오·피카소·브라크, 이 거장들이 떠나기 전에 파리에 나가야 할 터인데, 8·15 후인 오늘에도 역시 파리는 멀구려. 과거나 오늘이나 우리 예술가들의 최대의 불행은 바람을 쐬지 못한 것,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오.

1953년 건축가 김중업에게 쓴 편지에서 김환기는 통탄합니다.

우리들은 넓은 세계에 살면서도 완전히 지방인이외다. 한국의 화가일지는 몰라도 세계의 화가는 아니외다….

그렇지만 이어 말합니다.

코르뷔제의 건축이나 정원에 우리 이조 자기를 놓고 보면 얼마나 어울리겠소. 코르뷔제의 예술이 새롭듯이 이조 자기 역시 아직도 새롭거든. 우리의 고전에 속하는 공예가 아직도 현대미술의 전위에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크나큰 사실입니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악셀 베르보르트 화랑 부스에 설치된 라이문트 기르케의 백색 추상화와 권대섭의 달 항아리./곽아람 기자

김환기의 바람은 70년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프리즈에 참여한 벨기에 화랑 악셀 베르보르트 부스에,

독일 거장 라이문트 기르케의 백색 추상화와

우리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가 조응하며 놓여 있더군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던 것 만으로도

김환기는 이미 ‘세계의 화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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