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종섭 탄핵'…尹, '장관 교체' 단행할까
각종 논란에 개각 검토…'꼬리 자르기' 부담
문화체육부, 여가부 장관 교체 전망도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초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부처 장관 교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제1야당이 故 채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 책임을 물어 12일 국방부 장관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밝혀 개각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둘러싼 신경전이 인사 조치로까지 번지면서 여야 대치 전선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르면 1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3성 장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이 장관 교체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을 때 군이 미흡하게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질론이 거셌으나 군에 '경고'하는 데 그쳤다. 이후 올해 8월 들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미흡한 대응이 드러나자, 장관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교체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장관 교체설이 힘을 얻는 가운데, 야당이 먼저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개각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식 투쟁 12일째인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 장관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 장관 탄핵을 공식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군사원법을 위반해 수사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군사원법에 따르면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에서 재판하게 돼 있다. 이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이 장관의 지시사항 자체가 명백한 법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1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교체 예상 시점과 맞물린다.
이 장관 교체가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에 선을 그어온 대통령실로서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을 비롯해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을 교체하는 배경에 대해 다음 달 군 정기 인사 계획과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한다는 방침이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 상병 이슈를 포함해 최근 일어난 사건들보다 훨씬 이전부터 계획된 인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 장관 등을 비롯한 인사 교체는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장관 교체 검토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꼬리 숨기기"라며 "국방부 장관이나 안보실 2차장, 국방비서관 다 교체를 하겠다고 지금 언론에 나오고 있지 않나. 예산, 국정감사 등 계속 국회에 나와야 하는 사람들인데 국회에 내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영된 게 아닐까. (장관 교체를) 감행하는 것 자체가 일정 정도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신속하게 '탄핵' 카드를 꺼낸 것은 대통령실에 채 상병 외압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 특검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윤 대통령을 향해 이 장관 해임을 촉구하면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때와 달리 해임 건의안 발의를 건너뛰고, 해임 촉구 사흘 만에 곧바로 장관 탄핵 추진 방침을 정한 것이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아주 이른 시간 내에 (이 장관) 교체를 해버리려는 게 분명해지면 대통령이 순순히 꼬리를 숨기게 놔두지 못하게 하는 방법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중 하나가 탄핵"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안을 발의하면 일단 장관 교체가 어려워지고, 탄핵안 의결 전 장관 교체를 단행할 경우 대통령실의 '꼬리 자르기'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교체'가 아닌 '해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게 탄핵안 추진의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 장관 탄핵 예고는 '안보 공백 발생' '발목잡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관보다 더 특수성 있는 자리로, 한순간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라며 "(민주당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자체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는 문화계 대표적인 'MB(이명박)맨'인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거론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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