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베컴이 누군데? 나보다 유명해?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데이비드 베컴.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인기가 많았던 슈퍼스타가 아닐까.
지금 어린 친구들에게는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인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후한 중년의 멋이 풍기는 이미지. 지금도 멋지다.
그런데 베컴의 '리즈 시절'은 그야말로 말을 잊게 만들 정도다. 잉글랜드 최고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영웅.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프리킥 마법사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실력도 갖췄던 스타.
뭐니 뭐니 해도 베컴을 설명하는데 빠뜨릴 수 없는 것, 조각 같은 외모다. 전설적인 꽃미남으로 세계 여성 축구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선수였다. 어딜 가나 여성 팬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신은 베컴에게 목소리를 빼고 모두 줬다는 말이 있듯,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슈퍼스타였다.
그런에 이런 베컴이 2007년 굴욕을 당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갤럭시로 이적할 때였다.
무슨 굴욕이냐? '유명하지 않다'는 굴욕이었다. 미국의 스타와 견줘 유명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스타이길래 베컴의 인기와 유명세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이름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다. 특히 이곳이 '미국'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절대 스타'로 군림하던 그, 바로 심슨 가족이다. 정확히 말하면 호머 심슨이었다.
심슨 가족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트콤 애니메이션이다. 1987년 4월 첫 방영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최장수 애니메이션. 그 영향력 흥행력, 인기와 존재감은 가히 대단하다. 호머 심슨은 심슨 가족의 주인공.
심슨 가족과 베컴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베컴이 LA 갤럭시로 합류했을 때, 베컴의 인기와 호머 심슨의 인기 시너지를 노리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바로 베컴 캐릭터를 심슨 가족 카메오로 출연시키는 것이었다. 호머 심슨의 친구로. 어느 정도 진행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베컴의 미국 내 인지도는 심슨 만큼 높지 않았다. 즉 베컴이 충분히 유명하지 않아서 거절당한 것이다. 아쉽게도 베컴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끝내 등장하지 못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총괄 프로듀서는 이렇게 기억했다.
"베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 위해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국 관객들에게 베컴은 충분한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베컴 캐릭터를 포기하면서 많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베컴 캐릭터 좌절에 화가 나서 '조지 베스트'는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그건 제가 거절했습니다."
2007년. 그때만 해도 미국과 축구는 먼 이야기였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데이비드 베컴, 심슨 가족.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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