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역사논쟁에 끼어든 軍의 빈약한 역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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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는 때 아닌 역사 논쟁이 한창이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 시도가 계기가 됐다.
당초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도 옮기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홍 장군 흉상만 쏙 빼서 이전하겠다고 한다.
육사의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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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는 때 아닌 역사 논쟁이 한창이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 시도가 계기가 됐다. 당초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도 옮기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홍 장군 흉상만 쏙 빼서 이전하겠다고 한다. 문재인정부 시절 “독립군·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육사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하려니 논리가 궁색해진 걸까. 다급하게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라고 외치는 듯 하다.
내용도 문제이지만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못했다. 군에도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있다며 “역사학계와 협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세계일보 취재 결과 연구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에 독립운동사 전문가는 없었다. 심지어 군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발생했다. 흉상 이전 논리대로라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에 국방부는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군은 같은 자리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가 홍 장군 의혹과 관련해 참고했다는 문헌들을 기자도 찬찬히 읽어봤다. 선행 연구를 부정하고 자신들 주장과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만했다. 홍 장군이 봉오동 전투를 치를 당시 벌써 52세였다는 점은 외면한 채 왜 그보다 21살 어린 김좌진 장군처럼 만주로 돌아가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산주의자였다고 하지만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소련(현 러시아) 지원을 받아 일제에 맞서려 했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해선 안 된다.
권력이 역사를 독점하려는 시도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보수 진영은 학계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대신 교과서를 바꿔 자신들의 역사관을 관철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육사의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아니, 어쩌면 육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캠퍼스 이전 문제가 재점화할 수도 있겠다.
구현모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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