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연금개혁, 마지막 기회다
마크롱·슈뢰더, 정치생명 걸고 단행
尹대통령 국가 미래 위해 결단해야
야당도 총선용 정쟁으로 이용 안 돼
국민연금 개혁은 어렵고 인기 없는 정책이다. 역대 정권들이 시간만 끌면서 ‘폭탄 돌리기’를 해 온 걸 봐도 그렇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개혁은 두 차례뿐이었다. 김대중정부 때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노무현정부 때는 ‘국민연금 폐지’ 촛불시위까지 벌어졌지만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췄다. 그럼에도 보험료율(9%)은 25년째 제자리다.
최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를 더 내고 같은 금액을 받되 더 늦게 받는’ 개혁 밑그림을 내놨다.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5~15년간 매년 올려 12~18%로 높이고, 연금 개시 연령도 66~68세로 늦추자는 것이다. 여기에 기금 운용 수익률을 0.5∼1%포인트 올리면 연금 고갈 시기가 최대 2093년까지 연장되는 시나리오다.
위원회가 개선안을 18가지나 나열하고, 소득대체율은 언급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고 주장하던 위원 2명이 공청회 하루 전날 사퇴하는 곡절도 겪었다.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서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집단마저 이렇게 툭 던져놓고 반목하면 개혁 동력을 어디서 찾을지 걱정이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프랑스·독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험료율 평균은 18.3%로,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이대로 개혁을 회피한다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그 이후 세대는 최고 34.9%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런 부담을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기성 세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사회·세대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다.
연금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생존 과제다. 보험료는 두 배 더 내고 3년 더 늦게 받으라는 개혁안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욕을 먹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복지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설득할 때가 됐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국회에 최종 개혁안을 내야 한다. 여론을 수렴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뒤 단일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입법 문제라는 점에서 거대 야당의 책임도 크다. 총선을 7개월 앞두고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연금개혁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처리해 줄 가능성은 작다. 야당은 벌써 “개혁안의 소득보장이 약하다”며 총선용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연금개혁을 정쟁으로 이용하는 건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처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올해를 그냥 넘기면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개혁 동력이 떨어진다. 임기 후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 마크롱 대통령처럼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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