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사망' 조사 착수...무분별한 '신상털기' 우려도

이상곤 2023. 9. 1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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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교사 돕지 않은 당시 교장에게 항의성 조화
악성 민원 제기한 학부모 신상 폭로 이어져
과격한 항의 방식에 불쾌감 드러내기도

[앵커]

며칠 전 대전에서 또 한 명의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수년간 악성 민원에 고인이 힘들어했던 거로 알려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가 벌어져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조화가 늘어섰습니다.

숨진 교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당시 교장이 근무하는 학교에 항의 차원으로 보낸 것들입니다.

SNS에는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계정이 등장했습니다.

계정에 올라온 가게를 찾아가 보니 유리창에 분노의 글이 담긴 메모지가 붙어 있고, 달걀과 각종 쓰레기까지 던져져 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게에도 시민들의 항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가게마다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지만, 과격한 항의 방식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A 씨 / 학부모 : (학부모의 행동이) 잘못됐는데 이것도 올바른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막 뭘 던지고 가고, 부시고 가고…. 쓰레기는 아닌 것 같아요. 속상하네요. 정말.]

[B 씨 / 학부모 : 마음은 좋지 않아요. 어쨌든 아이가 보기에도 그렇게 좋아 보이는 현장은 아니었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느낌은 아이를 생각하면 부모로서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가해자로 지목된 또 다른 학부모는 마녀사냥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아이가 심리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거나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당시 담임과 나눈 문자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C 씨 / 학부모 : 정말 충격 때문에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살인자라는 누명을 받으니까 너무 힘드네요.]

숨진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의견을 낸 국제아동단체 산하기관에도 질타가 쏟아지고 후원 취소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대전시교육청은 조사단을 꾸려 본격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추모 공간 인근에 조화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교육청은 기존에 설치된 오래된 조화들을 철거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했지만, 철거 과정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습니다.

YTN 이상곤입니다.

촬영기자:도경희

YTN 이상곤 (sklee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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