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땅 파서 사람 찾는데…“도움 필요없다”는 모로코, 왜?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9. 11. 23: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로코 120년만 강진 발생에
현지시간 8일 오후 4시 기준
사망 2122명 부상 2421명 달해
정부, 타국 원조 안받는 소극적 태도에
민간 피해 규모 더 커질 것으로 전망돼
강진이 모로코 마라케시 일대를 덮친 지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아미즈미즈 근처 이미은탈라 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일가족이 서로를 감싸안은 채 위로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이날 기준 2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주택 대부분이 무너져내린 아미즈미즈에서는 구조대원들이 중장비 없이 잔해를 치우며 힘겨운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120년 만의 강진으로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해외 구조 요청에 소극적인 모로코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명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늑장 대처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로이터통신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11시 11분께 모로코 마리케시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오후 4시 기준 총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9일 기준 집계된 사망자 수(2012)와 부상자 수(2059명)에 비해 피해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모로코 내무부는 현재 중환자 수가 많고 실종자 구조와 수색 작업이 한창인만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모로코 구조 당국은 군까지 동원하면서 강진 피해 지역 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필사적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의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아틀라스산맥 인근 지역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구조 작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중부 마라케시 아미즈미즈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지난 8일 마라케시 서남쪽에서 120년 만의 역대 최악의 강진이 발생해 2천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물라이 브라힘 지역은 험준한 산세와 도로 손상으로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며, 주민 200명 중 90명이 사망한 마라케시 인근 타페가르테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구조대 없이 자력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가 약속한 구조팀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려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는 중”이라고 전했다.

지진 피해에서 인명구조를 위한 ‘72시간’의 골든타임이 채 하루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해외 구조 요청에 소극적인 모로코 정부의 태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모로코 당국의 구조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타국의 원조를 받아들이지 않아 피해 규모를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4개국의 원조 제안만 받아들인 상태다. 스페인은 이날 모로코의 지원 요청에 따라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를 현지에 급파했으며, 영국과 카타르도 수십명의 구조대를 파견했다.

현재 구조대 파견 의사를 밝힌 프랑스, 튀르키예, 대만, 이스라엘 등이 모로코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WP는 “전 세계에서 지원 요청이 쏟아졌지만 모로코 당국은 소수의 국가들로부터만 도움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구조 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기 꺼리는 모로코 정부의 태도도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로코 정부가 지진 발생 이후 구조 활동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등 대체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며 “모로코인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부의 대응이 느릴 뿐 아니라 체계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편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 공포도 이재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 공포에 집 밖으로 나와 노숙을 하는 마라케시 주민들도 상당수다.

지진 발생 후 마라케시의 명소로 불리는 제마 엘프나 광장에서 이틀을 보냈다는 주민 무하마드 아야트 엘하즈(51)는 로이터통신에 “전문가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는게 안전한지 여부를 평가 중”이라며 “위험이 있다면 집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