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200㎞ 달려 푸틴 만난다…전용열차 ‘태양호’ 타고 이동

이혜영 기자 2023. 9. 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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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5개월 만에 재회…11일 밤이나 12일 러 도착 전망
침묵하던 북·러, 일제히 김 위원장 방러 및 정상회담 공식화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5개월 만에 재회한다.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김 위원장은 철길을 따라 이동한다. 김 위원장은 11일 늦은 밤이나 12일 현지에 도착한 뒤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주요 시설 등을 시찰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 소식에 침묵을 지켜오던 북한과 러시아는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8시께 일제히 이를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상봉하시고 회담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 러시아를 찾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이달 초부터 이어졌지만 양쪽 정부는 '노 코멘트'로 대응해오다 이날 예측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인 '태양호'가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열차는 전날(10일) 오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9월11일 확인됐다. 사진은 2019년 4월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김정은(뒤)과 푸틴 ⓒ 로이터=연합

조선중앙통신과 크렘린궁은 김 위원장의 출발 및 도착 예정 시간, 회담 일자와 장소 등 자세한 방러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심야 또는 12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오는 12일이나 13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2019년 4월25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4년5개월 만이며 당시와 같은 도시에서 재회하게 된다.

2019년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4월24일 새벽 평양을 떠나 북·러 국경 인근 러시아 하산역을 거쳐 당일 오후 6시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평양에서 하산까지는 약 1000㎞,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약 200㎞ 거리로 총 1200㎞에 달한다. 

회담 장소로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력 거론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동방경제포럼(EEF)과는 별개로 열릴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EEF 기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느냐'는 러 매체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접촉은 EEF에서 계획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러) 대표단 회담이 있고, 필요할 경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일대일 회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먼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진행 중인 EEF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틀간 극동 지방 개발과 문화·교육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고, 12일 본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 일정에 비춰볼 때 동방경제포럼 전체회의 후 극동연방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북·러 정상이 회담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양국 정상이 블라디보스토크 내에서 회담할지, 다른 도시에서 만날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쓸 북한의 재래식 무기, 북한이 비대칭 전력 확보에 투입할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을 교환하는 '무기 거래'가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화벌이를 위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확대, 러시아의 대북 식량 수출 등 유엔의 대북 제재 무력화 방안도 다뤄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내 주요 시설을 시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최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사상 최초 삼각 해상 훈련이 거론되는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0㎞ 정도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의존도를 줄이려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다. 북한이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두차례 실패한 뒤 세 번째 시도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시찰 가능한 장소로 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이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예상 경로 역시 노출된 상황이어서 일정과 회담 지역, 이동 경로에서 예측을 벗어난 행보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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