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 200명 중 절반 가까이 숨져"...정부 소극 대응에 '분통'

최영주 2023. 9. 1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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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200명 중 90명 숨져…실종자도 다수"
"깊은 밤 지진 발생, 잠든 어린 아이들 희생 커"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으로 구조 '난항'

[앵커]

대규모 강진 피해를 입은 모로코에서는 가족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도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조 작업에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 모로코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영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진앙과 약 50킬로미터에 위치한 마라케시 인근 타페가그테 마을,

한때는 평화롭고 조용했던 곳이 돌무더기만 쌓인 채 폐허로 변했습니다.

벤 헤나 씨는 무너진 집을 둘러보며 힘든 기억을 꺼냅니다.

지진이 일어난 밤, 아비규환 속에 8살 아들을 잃었습니다.

[벤 헤나 / 모로코 타페가그테 마을 주민 : 그날 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아들에게 디저트를 자르기 위해 칼을 가져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이 부엌으로 가자마자 지진이 일어났어요.]

이 마을에선 주민 20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숨진 채 발견됐고, 실종자도 다수라고 영국 BBC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특히 깊은 밤, 기습적으로 강진이 덮친 탓에 아이들의 희생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고지대는 통신과 도로가 끊겨 구조 작업도 더디기만 한데,

오지 마을들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안디니 무스타파 / 아스니 주민 : 여전히 막힌 도로가 많아요.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잔해 아래에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친척을 찾고 있어요. 산, 집,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강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모로코에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연대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국제 지원이 이뤄진 건 스페인과 카타르, 튀니지, 요르단 등 몇 나라에 불과합니다.

모로코 당국이 공식적으로 각국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도 잃고, 터전도 잃은 주민들은 소극적인 정부의 행태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아스리르 압데사데크 / 마라케시 주민 : 모든 집이 다 부서지고, 모든 사람들이 잘 곳이 여기 밖에 없습니다. 도움도 없고, 지원도 없습니다. 밤이 춥습니다.]

일각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최영주입니다.

영상편집 : 이영훈

YTN 최영주 (yjcho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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