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로가 없다”…부산 아파트 3곳 중 2곳 피난시설 못 갖춰
[KBS 부산] [앵커]
지난 9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는데요.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에는 별도의 탈출로가 없어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부산의 아파트단지를 확인해보니, 피난시설이 갖춰진 곳은 3곳 중 1곳에 불과했습니다.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거센 불길이 아파트 창문 밖으로 뻗어 나옵니다.
지난 9일 난 이 불로 집에 있던 40대 남성과 50대 장모가 7층에서 추락해 숨지고 3살 된 아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현관으로 탈출하지 못한 일가족이 발코니로 대피했다가 화를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는 경량칸막이 같은 대피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어졌습니다.
이 때문이 이 계단이 긴급 상황에서 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불길에 현관이 막히면 제대로 된 탈출로가 없어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 아파트가 지어졌기 때문에 그래서 없다고…. 그렇다고 지금 그걸 만들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문제는 피난시설이나 자동 소화설비가 없는 곳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부산의 아파트 단지 3,900여 곳 중 피난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은 지난해 말 기준 1,440여 단지로, 전체의 36.3%에 불과합니다.
3단지 중 2개 꼴로 피난시설을 갖추지 못한 셈입니다.
공동주택 중 초기 진화에 필요한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는 곳도 36.6%에 달합니다.
있다고 해도 16층 이상만 설치됐거나, 지하층에만 설치된 곳은 각각 22.9%, 5.5%에 그쳤습니다.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34.9%뿐입니다.
오래된 공동주택은 법률을 소급 적용받지 않아 설치 강제 규정이 없고, 또 공사비가 많이 들어 주민 돈으로 시설 보강에 나서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이재영/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소화 설비가) 적절하게 설치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전면부 발코니 부분에 만약에 설치가 안 돼 있다면 전면부에도 피난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완강기를 추가한다든지…."]
화재 위험에 노출된 아파트가 피난시설을 보강하도록, 전문가들은 당국이 적절한 규정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희나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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