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도 CJ ENM도 배탈났다…‘독이 든 성배’ 말나오는 이 회사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9. 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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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엔터사 인수한 국내대표엔터사 CJ·하이브
1조원 투자해 피프스시즌·이타카 인수했지만
실적 악화에 소속아티스트와 불화설까지 돌아
韓기업 경영 거부감 해석도…“실사 철저해야”
왼쪽부터 하이브가 인수한 미국 엔터테인먼트사 이타카홀딩스의 스쿠터 브라운 대표, 소속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사진 출처=각 소속사]
하이브, CJ ENM 등 국내 대표 엔터 기업이 미국 자회사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1조원가량을 들여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생산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으나, 자회사 실적이 좀체 상승하지 않으며 실적에 외려 부담이 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보다 정밀한 실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ENM USA 홀딩스는 올 상반기 9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3417억원 대비 73%가량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38억원에서 935억원으로 확대됐다. CJ ENM USA 홀딩스 실적엔 피프스시즌(구 엔데버 콘텐츠)을 중심으로 50여개 자회사 실적이 포함돼 있다.

피프스 시즌이 선보인 TV 드라마 라인업. [사진 출처=피프스 시즌]
피프스시즌은 지난해 CJ ENM이 약 93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영화·드라마 제작사다.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관객과 평단 호평을 두루 받은 수작을 만들며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피프스시즌은 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으며 CJ ENM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CJ ENM 올해 연간 영업적자 예상’을 제목으로 리포트를 내며 이 회사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454억원 흑자에서 433억원 적자로 수정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가장 큰 변수는 피프스시즌”이라며 “하필이면 63년 만에 작가·배우 노조들의 동반 파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시즌은 투자 유치를 시도 중이지만 이 역시 자본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올 상반기부터 피프스시즌에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 외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기업가치 평가에서 이견이 갈리며 진도를 못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피프스시즌의 실적 회복이 점쳐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주저한다”며 “여전히 높은 금리 때문에 투자자들은 미래 가능성보다는 현재 수익성이 확실한 투자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영 상황 악화에 피프스시즌은 최근 전체 인력의 12%를 줄이는 인원 감축 결정을 밝히는 등 자구책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 또한 미국 현지 엔터사 인수 이후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타카홀딩스는 이번 상반기 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914억원에서 19% 상당 위축됐다. 동기간 당기순이익은 163억원에서 30억원으로 급감했다.

당장 실적 축소보다도 더 시급한 건 아티스트 관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이타카홀딩스 소속 톱스타가 회사와 결별한다는 보도가 미국 빌보드 등을 통해 잇따라 나오면서다. 최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와 모든 접점을 끊기로 결정했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소속 톱스타가 최대 강점인 기업으로, 이들이 실제 이탈한다면 1조원을 들인 인수합병(M&A)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일각에선 한국 엔터사가 미국 현지 기업 인수후통합(PMI)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애초 실사 단계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글로벌 제작사 인수라는 실적 때문에 계약을 다소 조급하게 체결한 인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엔터사를 경영하는 것에 피인수사 임직원과 아티스트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K팝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긴 하지만 한국인이 현지 기업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며 “여전히 미국 아티스트와 엔터사 임직원들은 아시아인 경영진의 지시를 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엔터사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야 하는 시점인 만큼 다소간의 시행착오에도 M&A를 지속 시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해외 엔터사 인수 주체로 등장한 건 전례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실수나 실패는 어쩔 수 없다”며 “피인수사 경영진을 완전히 한국인으로 교체하거나, 반대로 기존 경영진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해외 엔터사 인수에 적합한 모델을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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