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강제 키스’ 스페인 축구협회장, 결국 백기

이정호 기자 2023. 9. 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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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20일 만에 “사직서 제출”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사진)은 지난달 20일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직후 시상식에서 자국 선수인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맞춤을 해 전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강제 기습 키스’ 스캔들에 휩싸인 지 약 20일 만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1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직서를 현재 스페인축구협회 회장대행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겸임하던 유럽축구연맹(UEFA) 부회장 자리도 내놨다.

그는 지난 몇주간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에도 꿋꿋하게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논란의 상황에 대해 ‘에르모소의 동의를 얻은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에르모소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상호간에 합의된 행동’이라고 수습하려 했던 협회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된 파장은 스페인 축구 위기로 이어졌다. 스페인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협회를 압박하며 부적절한 행동을 한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스페인 여자 대표 선수 약 80명은 이 논란이 불거진 이후 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에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FIFA로부터 90일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번 논란으로 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대부분 사임한 가운데서도 루비알레스 회장을 지지했던 우승 사령탑 호르헤 빌다 대표팀 감독도 최근 해임됐고, 스페인 검찰이 성범죄 여부를 두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에르모소가 루비알레스 회장을 고소하면서 형사고발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통과된 성동의법에 따르면 성폭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벌금형이나 1~4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물러나면서도 “진실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에르모소의 동의를 얻은 행위였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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