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4년여 만에 회담…무기 거래 공식화할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전용열차에 올랐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푸틴 대통령과 만난 지 4년5개월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11일 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러시아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라고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 4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북-러 정상회담 예정을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11일 낮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러시아로 향했다’는 내외신 보도들이 이어진 뒤 나온 공식 발표다.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는 지난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북동 국경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11일 저녁 전했다. 4년5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같은 이동수단과 경로를 선택했다. 2019년 김 위원장은 4월24일 새벽 평양을 출발해 오전 10시40분 북-러 접경 지역인 하산에서 환영 행사를 한 뒤 다시 열차에 올라 오후 6시께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1100㎞를 이동하는 데 하루가 걸린 셈이다.
이번에는 그보다 이동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 전용열차는 국경도시인 연해주 하산을 거쳐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민영방송사 네트워크인 제이엔엔(JNN),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11일 하산역 직원들이 외빈맞이의 일환으로 초록색 페인트를 덧바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는 북한 배지를 가슴에 단 시찰단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하산역을 직접 방문해 역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12일 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폐막 직후 13일 만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동북 아시아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심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랜 기간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던 러시아의 대한반도 전략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정상은 2019년 첫 만남 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된 상황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무력시위로 유엔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준군사동맹 수준의 연대를 과시하며 북한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어, 역설적으로 북-러가 서로에게 더 밀착할 유인이 커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수렁에 빠지고 서구의 비난과 제재에 둘러싸인 러시아로서는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 무기를 공급받는 한편, 북-러 연대 강화를 통한 우군 확보가 절실하다. 다만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공식화할 것인지를 두고는 전망이 갈린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겨레에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식량·에너지를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유엔 제재에 걸리기 때문에 부인하고 뒷거래를 통해 편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성훈 한국외국어대 교수(러시아어)는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한 채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는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대신 경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강하게 밀착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도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외교적으로 풀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보겠다.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시 주석의 방한보다) 한·일·중 정상회의가 먼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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