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분류에도 못 막은 비극…아이 출산 ‘미궁’
[앵커]
2014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난 송파 세 모녀를 기억하실 겁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사회가 놓친 사람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빚 독촉을 피하려고 주소지를 등록하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이 지난해 다시 되풀이됐습니다.
이럴 때마다 이웃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찾아내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은 이어졌지만, 이번엔 전주에서 또 한 명의 40대 여성이 소리 없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숨진 뒤, 한참이 지나 발견된 이 여성의 곁에는 굶주린 두 살배기 아들이 쓰러져 있었고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두 살 아이를 곁에 두고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외부 교류 없이 사실상 고립된 채 살아왔습니다.
[집주인/음성 변조 : "작년 11월부턴가 살았어요. 저희와는 왕래가 전혀 없었고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인은 동맥경화.
담석 등을 앓아 온 여성은 생활고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거로 추정됩니다.
관리비와 전기요금, 가스비 등은 여러 달 밀렸고, 건강보험료는 5년 가까이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7월 중순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구로 지정해 지자체에 통보했습니다.
전주시는 안내문을 보내도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갔지만 정확한 집주소를 몰라 만나진 못했습니다.
[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대상자는 많지, 그래도 일일이 집에 가서 찾는데요. 다 다르기 때문에 상담이 이뤄져야만 서비스가 연계되거든요."]
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지원받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 뒤, 빈틈을 줄이려 수집 정보를 늘리고, 고독사와 취업 청년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이상록/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맞춤형 복지 수요는 높아지는데 실제 (복지 담당 공무원) 인력은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보조할 수 있는 인력들이라도 늘려야 되는데, 그것조차도 가로막혀 있다 보니까..."]
엄마 시신 옆에서 구조된 아이는 출생 신고는커녕 출산 기록마저 없는 상태였고, 이 때문에 정부의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안승길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최대 피해’ 진앙지 근처를 가다…열악한 환경 속 필사의 구조
- “죽는구나 생각”, 혼란 속에서 헌혈도…귀국 공무원이 전한 참상
- 러 크렘린 “김정은, 푸틴 초대로 러시아 방문”…북러 정상회담 임박
- 엇갈린 해임 집행정지 결과…권태선 ‘인용’·남영진 ‘기각’
- [단독] ‘경찰 추락사’ 현장에서 신종마약 검출…“죽음의 가루”
- 직원에 “엎드려 뻗쳐” “살 빼라” 강요…‘직장 갑질’ 대부분 사실로 확인
- “냉장고, 현금으로 싸게” “재고는 단 1개!”…4백 명 넘어갔다
- 소방서 흡연실이 서장님 집 주변에?…“잠시 보관”
- [단독] 마약류 의약품, 동물병원서도 샜다…“폐업·분실”
- “당일 지원, 당일 합격까지”…선관위 채용비리 353건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