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위적 ‘지분 쪼개기’로 설립한 재개발조합 무효”
원주민 ‘조각 지분’ 항의…대법 “탈법 행위, 정족수 제외돼야”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 소유자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늘어난 토지 소유자는 전체 소유자·동의자 수에서 제외하고 재개발조합 설립 가능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등이 서울 성북구를 상대로 “재개발조합 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재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소송이 시작됐다. 대명종합건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사업 시행구역 내에 갖고 있던 토지·건축물 지분을 자사 임직원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209명에게 팔거나 증여했다. 이 중 194명의 토지 지분은 1㎡ 이하에 불과했고, 건축물 지분도 0.4㎡ 이하를 소유한 사람이 40여명에 달했다.
성북구청은 2019년 5월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512명 중 391명이 동의해 도시정비법상 동의정족수를 충족했다며 재개발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재개발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 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씨 등 사업시행 예정구역에 원래부터 거주하던 주민 일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인위적으로 토지 등의 소유자 수를 늘려 조합 설립에 동의하게 했다며 조합 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동의자 중 상당수가 대명종합건설에서 이른바 ‘조각 지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은 토지나 건축물의 과소지분을 임직원이나 지인 등에게 명의신탁하거나 통정해 형식적으로 매매·증여했고 이를 통해 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다”고 인정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인위적으로 토지 등의 소유자 수를 늘려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 의사 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자 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는 도시정비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인위적으로 늘어난 토지 등의 소유자들은 동의정족수를 산정할 때 동의자 수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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