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장악한 방심위, 지상파 시사프로 잇단 ‘중징계’

여당이 원하는 건…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선공작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주진우·김어준 프로 등 ‘주의’
MBC 대통령 전용기 보도는
제작진 의견진술 청취 결정

여야 위원 ‘김만배 인용’ 설전
야권 “정치 심의, 언론 통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여권 위원들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자마자 ‘중징계’를 내리기 시작했다. 방심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1AM <주진우 라이브>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TV <뉴스데스크> 등 안건 6건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 또는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민영 위원을 해촉하면서 방심위의 여야 구도는 4 대 4에서 4 대 3으로 바뀌었다. 이날 회의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상파 안건에 중징계를, 야권 위원은 문제없음을 각각 주장했고 모두 여권 주도로 중징계가 가결됐다.

방심위는 먼저 서울중앙지검 증축 공사 설계 용역 공모에서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 건축사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1AM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 ‘주의’를 결정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중근의사기념관 비석에 쓴 ‘민족정기(民族正氣)’ 휘호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오기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관련 보도에서 MBC 일방의 주장만 방송했다는 민원이 들어온 MBC TV <뉴스데스크>, MBC경남진주·경남창원 표준FM <바로시사>에 대해서도 제작진 의견진술 청취가 결정됐다. 아울러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의 사의 표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편파 보도 민원이 제기된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현재 폐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사에 대한 강원도의 채무(지급)보증 결정 당시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인터뷰만 내보냈다는 민원이 제기된 MBC A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관해서도 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야권 추천인 김유진 위원은 “방송소위에서 문제없음 또는 행정지도가 다수인 안건들이 전체회의에서 의견진술 또는 법정 제재가 됐다”며 “이후에 방송사들이 문제 제기해 법원에 갔을 때 위원회가 과연 몇번이나 승소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인 김우석 위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된 것들에 대해 외부에서 문제 제기가 많이 됐다. 공영방송들이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데 대해 방심위가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2일 방송소위에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인용 보도들이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것을 두고도 여야 추천 위원 간 언쟁이 있었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방송소위가 4인일 때 한 명이 안 오고 한 명이 퇴장한 뒤 두 명이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한 것은 운영규칙 위반”이라며 “정치 심의이고 언론 통제”라고 주장했다. 김우석 위원은 “전례에 따른 진행”이라며 “뉴스타파 건은 방송사들이 먼저 사과하고, 이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긴급 안건으로 적절하다”고 맞섰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