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외모 보고 뽑아”…‘뇌피셜’ 남발하는 이가 방심위원장

강은 기자 2023. 9. 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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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5년 전 낸 책서 ‘주장’
청년 실업은 ‘가짜뉴스’ 취급

지난 8일 취임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이 출간한 저서에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기자들도 이제는 필기 실력보다는 외모 위주로 뽑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방송과 신문에 등장하는 여기자들을 잘 보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 위원장이 2018년 출간한 <가짜뉴스 시대에 살아남기>(도서출판 글로세움)에는 그가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한국 언론의 문제점 등이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류 위원장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 10가지 중 하나로 ‘성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정적 뉴스’를 꼽았다.

류 위원장은 “최근 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 등 주요 출입처마다 여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남녀 성적 평등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미인경연대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선발 시험처럼 외모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 더 중요한 기자 선발에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식민사관 영향으로 ‘자학적 보도’를 일삼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새로이 권력을 쥔 정치세력은 지난 정권의 비리와 잘못을 파헤치곤 한다”고 썼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한국 언론들의 자학적인 성향은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난다”면서 “한국 언론의 이런 고질적 병폐는 일제 강점하에서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했던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심어진 ‘조선 사람은 안 돼!’라는 일종의 자격지심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도하게 위기를 조장하는 뉴스를 ‘가짜 경제 뉴스’로 규정하고 청년 실업 관련 보도를 예로 들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한국 미디어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데는 아주 선수들”이라면서 “아무리 ‘사상 최악의 취업률’이라 하지만 스스로 실력을 쌓은 인재는 기업에서 알아보고 쓰게 마련”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단 1명을 뽑는데 수천명이 지원했다 하더라도 그 1명이 나밖에 더 있겠느냐는 배짱과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썼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이 정부 비판을 남발해 국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과 당시 야당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구조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꽃 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다고 주장했고, 미디어 역시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사고 당일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면서 “이 모두가 일반 국민들한테는 ‘정부가 뭘 하나?’ 하는 스트레스를 준 것들이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문제는 정부의 대응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옹호하고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마치 언론이 보도를 너무 많이 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미디어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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