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차로 방러… 곧 푸틴과 회담

크레믈궁 “푸틴, 김 초청”
北도 양국 정상회담 확인
이르면 12일 열릴 가능성
美, 무기거래 강력 경고

미국이 북·러 정상회담 예정 정보를 먼저 공개하며 연일 경고해 온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공식 확인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평양에서 러시아 접경지역 방향인 북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북·러 정상

11일(현지시간) 타스·로이터·AP 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수일 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크레믈궁이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동방경제포럼이 진행 중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2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며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상봉하시고 회담을 진행하시게 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은 거의 4년여 만이다.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열차는 평양에서 함경도를 거쳐 두만강을 통과해 러시아 하산역에 도달했다. 평양에서 하산역까지 약 14시간이 걸렸다. 하산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역까지 러시아 내에서도 7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포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및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무기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북·러가 정치적·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자체가 무력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북·러 간 무기 거래 등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강한 경고를 이어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 모두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매우 절박하고, 이미 전략적 실패를 경험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무기거래는) 분명히 러시아의 자포자기 행위이고, 동시에 북한 입장에서도 이에 응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