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뒤처지나”…일본은 투자보따리, 미국도 구애하는 이 나라

문광민 기자(door@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9.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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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韓기업 베트남투자 54% 급감
중국 54%·일본 109% 크게 늘려
美까지 뛰어들어 각국 기업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비용 증가 글로벌경기 위축에
베트남 투자 줄이던 기업들 전략 재수립
LG이노텍 휴대폰 부품공장 10억弗 투자

◆ 美·베트남 신밀월 ◆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일약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대(對) 베트남 투자 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전세계 경기 위축과 베트남 당국의 규제 강화, 인건비 상승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대베트남 투자를 줄이는 추세였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간 관계 격상을 계기로 베트남이 미국이 구상하는 공급망 재편의 한 축이 될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금액은 12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4.2% 줄었다. 또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프로젝트도 같은 기간 11.6% 감소한 850건에 그쳤다.

11일 열린 ‘투자·혁신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대통령과 팜 민 찐 총리 [AP = 연합뉴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액 감소는 중국,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들과 다소 대비되는 흐름이었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과 일본의 베트남 투자금액은 19억5400만달러, 22억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53.5%, 108.8%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의 타이어업체 산둥 하오화가 5억달러, 재생에너지기업 론지 그린에너지가 자동차 베터리 분야에 1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했다. 베트남 투자에 소극적이던 대만도 관련 투자 규모를 작년 상반기 5억950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 8억9500만달러로 늘렸다.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이던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한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위축 속에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투자가 몰렸던 측면이 있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비용이 급증하고 신흥시장인 인도가 급부상한 점, 또 고금리로 해외 투자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상황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재계에선 “베트남은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라는 말도 적잖게 나왔다.

다만 중국, 일본, 대만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있고 미국 기업들까지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확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기조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경돈 KOTRA 하노이무역관 과장은 “한국은 베트남을 주요 생산기지로 두고 있지만 전반적인 세계경기 위축의 영향을 받아 상반기 베트남 신규 투자는 약세였다”며 “중국이 제조분야에서 2000만~5000만달러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크게 늘리고 있어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주요 투자국들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최근 베트남 투자를 다시 복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공장 증설에 10억달러 투자 방침을 밝힌 LG이노텍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부품 수주 증가에 대비해 카메라모듈 부품 생산 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현지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 관련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완성차 기업 빈패스트가 현대차그룹과 일본 브랜드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 따른 대응책이다. 2017년 설립된 빈패스트는 2022년 9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올해 1~7월 베트남에서 전기차 총 1만4680대를 판매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했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베트남 전체 자동차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들에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을 상대로 342억3896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베트남이 한국이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거두는 나라가 됐다. 다만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성숙 단계라는 점에서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베트남과 미국간 투자가 진행될수록 한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베트남의 가세는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희귀광물 부국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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