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날개 단 케이블 제작사… 존재감 사라진 지상파
세계 공략 케이블 제작사
CJ 산하 ‘스튜디오드래곤’
OTT 오리지널만 올 13편
종편 JTBC 계열사 ‘SLL’
넷플과 동시방영 잇단 히트
韓제작사들이 미드 제작도
자사 채널 공급 안주 지상파
MBC ‘피지컬:100’ 흥행 이후
외부 플랫폼 진출 시도 드물어
산하 제작사 보유 SBS 유일
보수적 구조 기존 콘텐츠 답습
재능 있는 PD들 이탈도 가속
“연진아”라는 대사만으로도 전 세계 누구든 알 수 있는 드라마 ‘더 글로리’,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됐지만 26.9%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었던 ‘재벌집 막내아들’, 한국 크리처(괴물)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흥행한 ‘스위트홈’, 단 6부작이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 등으로 전 세계가 주목한 ‘수리남’ 등.
SLL도 마찬가지다. JTBC 계열사로 지난해 ‘JTBC스튜디오’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한 SLL은 콘텐츠 기획 개발부터 제작, 투자, IP(지식재산권)사업, 그리고 콘텐츠 유통까지 통합된 스튜디오 모델이다. 산하 15개 제작 레이블과 함께 드라마, 영화, 예능, 디지털 오리지널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 결과는 콘텐츠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11일 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올해 계획한 작품 30편 가운데 OTT 오리지널 작품은 절반가량인 13편이나 된다. 넷플릭스 6편, 애플TV플러스 1편, 디즈니플러스 1편, 티빙 3편, 쿠팡플레이 1편, 지니 TV 1편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공개했거나 공개 예정인 K드라마 가운데 스튜디오드래곤 작품은 ‘더 글로리’, ‘셀러브리티’,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스위트홈2’, ‘경성크리처’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지난해 시즌1에 호평에 힘입어 지난 7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형사록2’도 스튜디오드래곤 작품이다.
SLL은 넷플릭스와 ‘동시 편성’이라는 방법을 통해 콘텐츠 소비를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킹더랜드’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SLL은 산하 레이블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1·2’를 공개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서 K드라마 최초로 각본상을 받은 티빙 ‘몸값’도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작품이다.
이들은 K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월 애플TV플러스에서 ‘운명을 읽는 기계(The Big Door Prize)’를 선보였다. 한국 제작사가 제작한 최초의 미국 드라마이자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다. SLL의 미국 레이블 윕은 지난 5월 HBO 오리지널로 ‘화이트 하우스 플럼버스(White House Plumbers)’를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지상파 방송국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펜트하우스’ 제작사로 유명한 SBS의 ‘스튜디오S’를 제외하고는 산하 제작사가 없기도 하고 SBS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나 SBS ‘7인의 탈출’ 등 콘텐츠를 자사 채널에 공급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MBC PD들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100’을 내놓아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국 내부의 보수적인 구조와 분위기 등 때문에 외부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도 “내부적으로는 콘텐츠 소비시장이 변화하는 것을 알고 있겠으나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사 채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의 관성적인 생각이나 다른 플랫폼과 진행하는 계약의 복잡함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넷플릭스 등에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자체가 없는 점도 문제”라며 “재능 있는 PD들이 지상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적함으로써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국 PD는 “기발한 기획을 내놔도 윗선에서 곱게 보지 않아 제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비슷한 콘텐츠만 만들고 기존에 하던 것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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