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2일 북·러 회담…군사협력 논의 수준 촉각
무기 거래·연합훈련 등 다뤄질 가능성…‘신냉전’ 긴장 고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됨에 따라 이르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핵무력 기술을 서로 거래하는 등의 군사적 협력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지난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열차 구간은 1200㎞에 달한다. 북한 내 열악한 철도 사정과 북·러의 철도 궤 차이로 중간에 열차 바퀴를 교체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20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전용 방탄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역 안 승강장 곳곳에는 다수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평소보다 경비가 강화됐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르면 12일 열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차 이날부터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있다. 2019년에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다음날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물론 EEF가 끝나는 13일 이후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EEF에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 RTV1이 11일 보도했다.
정상회담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 정상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렸다. 현재 극동연방대학에서는 EEF가 진행되고 있다.
회담에서는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방안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군수물자가 필요한 러시아는 북한에 재래식 무기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핵·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소개한 바 있다. 이후 주요 군수공장들을 방문해 “국방경제 사업”을 처음 언급하며 무기 판매 준비 행보를 보여왔다.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에 필수적인 러시아의 첨단 전략무기 기술을 지원받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하고 다음달 추가 발사를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고체연료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핵탄두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의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군사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러 연합군사훈련 시행 방안도 다뤄질 수 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과의 연합훈련 실시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기류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북·러와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한 한·미·일 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예상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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