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차 경로는…두만강 철교∼하산∼블라디보스토크 예상

김지헌 2023. 9.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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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심야∼12일 도착, 태평양함대사령부·우주기지 시찰 가능성
경찰 등 배치된 러 블라디보스토크역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 승강장에 경찰과 군인, 군견 등이 배치돼 있다. 경찰들이 배치된 승강장에서 검은색 차량 1대도 목격된다. 2023.9.11 suh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 '태양호'를 이용해 철길을 따라 러시아를 향하는 것으로 11일 포착되면서 이동 경로와 방러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9년 4월 김 위원장 러시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전용 열차 '태양호'가 평양에서 북동쪽 블라디보스토크 방향으로 출발했다.

평양에서 목적지로 추정되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거리는 1천200㎞ 정도인데, 열악한 철도 사정으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2019년 당시엔 하루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는 평양 출발 시간이 지난 10일 오후인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만 하루가 지난 이날 밤, 늦어도 12일 중에는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궁은 11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수일 내 러시아에 찾아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움직이는 집무실'로 불리는 태양호는 방탄 기능과 박격포 무장을 갖추고 위성 전화 등 최신 기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픽]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예상 경로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철길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동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함경북도 나선(나진·선봉) 지구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북러 접경 두만강 철교를 통과해 이동하거나,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하는 루트인데, 중국을 경유하기보다는 러시아로 곧바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김정은 방러 때와 2002년 김정일이 러시아를 찾았을 때도 하산 등 러시아 내 기착지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했다.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에서는 지난주부터 역 승강장 등에서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이 진행되는 동향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하산역 인근의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을 방문할 수 있다.

'김일성의 집'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1986년 김일성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양측 우호를 기념해 세워졌으며 지난 4월 새로 단장했다. 역사적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모두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시 들른 곳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는 2019년에도 회담장으로 사용된 극동연방대학이 거론된다. 당시 회담은 1대1 단독회담과 수행원을 대동한 확대회담, 이후 만찬 순서로 진행됐다.

정상회담 후 김정은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할지도 관심이다. 2019년에는 푸틴 대통령만 홀로 회견장에 나섰다.

그간 김정은이 북한 밖에서 회견이나 연설을 한 적은 없지만, 최근 북러 '밀월' 관계를 고려하면 마이크를 잡고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도 있다.

'러시아 방문설' 김정은과 푸틴 (블라디보스토크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열차가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김정은(뒤)과 푸틴. [자료사진] 2023.09.11 clynnkim@yna.co.kr

김정은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주요 시설을 시찰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최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사상 최초 삼각 해상 훈련이 거론되는 상황에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장소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천500㎞ 정도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의존도를 줄이려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다.

북한이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두차례 실패한 뒤 세 번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찰 가능한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김정은은 2019년 방러 때도 태평양함대 사령부나 현지 해양수족관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방문하지 않았다. 동선 사전 노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에도 어디를 둘러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러 또한 미 언론을 통해 예상 이동 경로가 노출됐기 때문에 북한이 이동 경로는 물론 회담 지역까지도 예상 밖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렘린궁이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보를 내보내는 것 역시 최고지도자 신변 보호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을 배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

북러는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 후인 11일 오후 8시께 김 위원장의 방러 및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도착 장소와 시간, 회담 일자와 장소 등 자세한 방러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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