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가 KBO에 다시 나타났습니까? 나성범 폼 미쳤다, 부상 없었다면 MVP 레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타자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타율이나 출루율과 같은 클래식 스탯들이다. 직관적이고 익숙해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애용되고 있다. 다만 맹점들도 있다. 이를 테면 타율은 단타와 홈런 모두 안타 1개로 해석한다.
OPS(출루율+장타율) 등 조금 더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표들을 거쳐 최근에는 조정득점생산력(wRC+) 등 다양한 세이버 지표들로 타자들을 평가하는 시대에 있다. 2015년 ‘스탯캐스트’ 시스템의 도입 이후에는 타자들의 타구질까지 고려해 안타의 기대치까지 면밀히 분석해 다양한 지표들이 개발되고 있는 시대다.
이중 메이저리그는 물론 KBO리그에서도 그 활용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wRC+는 타자의 공격 생산력에 파크 팩터 등 부수적인 수치까지 다 계산한 기록으로 현존하는 타격 기록 중 가장 득점 생산력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타격 수치로 알려지고 있다. 100이 리그 평균이다. 평균보다 15%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115 이상이면 확실한 플러스라고 볼 수 있고, 140이 넘어가면 매우 뛰어난 수치이며, 160이 넘어가면 MVP급 성적이 된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산출한 wRC+에서 단일 시즌 200 이상의 wRC+를 기록한 선수는 총 8명(양준혁 2회)밖에 안 된다. 1982년 백인천(MBC), 2015년 에릭 테임즈(NC), 1983년 장효조(삼성), 1993년과 1996년 양준혁(삼성), 2003년 심정수(현대), 1984년 이만수(삼성), 그리고 1991년 장종훈(빙그레)이다. 이중 21세기 달성 선수는 심정수와 테임즈뿐이고, 2010년 이후 달성자는 테임즈 단 하나다.
테임즈는 KBO리그 3년 동안 걸출한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재진출했다. 2014년 wRC+는 168.3이었다. 이도 일반적인 시즌이라면 MVP에 도전할 수 있는 성적이다. 2015년은 역대급이었다. 222.3을 기록해 원년 백인천(227.0) 이후 최고 기록을 찍었다. 역대 2위 기록이다. 당시 테임즈 이후 그 어떤 선수도 wRC+ 200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유독 아쉬운 선수가 있다. 바로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나성범(34‧KIA)이다. 표본이 적어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나성범은 뒤늦은 출발 이후로는 역대급 성적을 찍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월 23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나선 나성범은 이후 52경기에서 타율 0.362, 16홈런, 5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8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높은 정확도와 출루율(.430)에 장타율(.668)까지 더해진 결과다. 52경기만을 뛰고도 16홈런과 51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리그 환경을 고려하면 나성범의 지금 성적은 특별하다.
‘스탯티즈’가 집계한 나성범의 wRC+는 무려 206.9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던 2019년을 제외한 나성범의 종전 기록은 지난해 기록한 157.4다. 이도 뛰어난 성적인데 올해는 전반기에 제대로 뛰지 못할 것을 만회라도 하듯이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규정타석에서 미달되는 수치로 이를 두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풀타임을 뛰었다면 이 정도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시즌 초반부터 대기했다면 노시환(한화)과 MVP 레이스를 벌이기는 충분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비율 스탯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도 누적 스탯은 경쟁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종아리 부상이다.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 당시 보낸 시간이 아주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더 철저한 운동과 원래의 웨이트트레이닝, 그리고 새롭게 스트레칭 기법까지 소화하며 몸이 더 강화되고 건강해졌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 결과가 후반기 성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삼진이 줄어든 것도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다. 시즌의 절반 이상을 날리고도 이미 웬만한 선수 공헌도 이상을 거두고 있으니 앞으로 성적에 기대가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아쉬움은 남지만 어쨌든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소속팀 KIA가 2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순위표의 경기차만 놓고 보면 2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6위로 떨어질 수 있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는 KIA다. 6년 총액 150억 원의 대형 계약 2년 차에서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나성범이 팀의 가을을 지배할 수 있다면, 전반기 뛰지 못해 생긴 본전 생각은 싹 지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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