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주고 합격 기준 바꾸고…선관위, 7년간 58명 부정채용

박광연·문광호 기자 2023. 9. 11. 2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익위 전수조사 직원 28명 고발
경력 채용 104회서 법·규정 위반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년간 진행한 경력 채용 중 64%에서 절차를 위반해 총 58명의 부정 합격 의심자가 발생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직원 28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관위 관계자와 합격자들이 가족관계이거나 부정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선관위 측 비협조로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검찰이 구체적인 위법 사안을 수사한다.

권익위는 지난 7년간 진행된 선관위의 공무원 경력 채용 전수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지난 5월 선관위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권익위는 37명 규모로 전수조사단을 꾸려 6월14일부터 8월4일까지 52일간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은 2017년 1월1일~2023년 5월31일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에서 실시된 공무원 경력 채용 과정이다.

선관위는 지난 7년간 자체 진행한 경력 채용 162회 중 104회(64%)에서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 관련 비리는 총 353건이다.

위법으로 드러난 104회의 채용 과정에서 58명(54건)이 부정 합격한 것으로 권익위는 판단했다. 해당 기간 경력 채용으로 임명된 선관위 공무원(384명)의 15%에 해당한다.

부정 합격 의혹을 받는 58명 중 31명은 특혜성 채용으로 분류됐다. 선관위는 5급 이하 직원 31명을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서류·면접 시험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했다. 5급 이하 임기제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 시 경력 채용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다.

나머지 29명(특혜성 채용 2명 중복 포함)은 합격자 부당 결정 사례였다. 나이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고, 관련 근무 경력이 자격 요건에 못 미치는 응시자가 경력증명서에 이를 미기재했음에도 합격 처리했다.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 공고를 올려 선관위 관계자만 응시할 수 있게 하고, 경력이 같은 2명의 응시자 중 선관위 근무 경력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최종 합격시킨 경우도 있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자 결정 기준을 바꾸고 채용 공고와 달리 예비 합격자를 추가 채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선관위 부정채용, 중앙선관위 인사 점검도 전혀 없었다”

권익위, 312건 수사 의뢰

선관위 채용 관련 비리 353건 중 299건은 부정 합격자가 있지는 않았지만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 규정 절차를 위반한 경우였다. 예를 들어, 응시 자격 기준을 규정상 ‘관련 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에서 ‘선관위 실무경력 1년 이상’으로 한정해 선관위 경력자만 응시를 허용했다. 공고한 채용 기간을 임의로 단축하고, 우대 기준에 맞지 않게 가점을 부여하며, 증빙자료 검증·확인 없이 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이러한 부실채용 절차를 고의적 또는 상습·반복적으로 진행한 선관위 직원 28명을 대검에 고발했다. 비위가 확인된 총 353건 중 312건은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 채용 담당자와 합격자들 사이 부정 청탁이 오갔거나 서로 가족관계인지는 조사되지 못했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등 논란의 핵심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선관위 직원) 전원에 대해 개인정보 동의를 요청했는데 동의한 것(비율)이 41%에 불과하다”면서 “60%가 거부해 그 점은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채용비리의 제도적 원인으로 ‘국가공무원 채용 제도와 다른 자의적인 채용 제도 운용’ ‘자정 활동 미흡’을 지목했다. 권익위는 “중앙선관위는 지난 7년간 인사 지도점검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임기제 공무원 1년 채용 후 정규직 전환 금지, 채용 공고 없이 1인만 응시해 합격하는 ‘비다수인 채용’ 폐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인사 분야 감사 기능을 감사부서로 이관하고, 채용 관련 규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연·문광호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