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미 합참의장 “우크라 대반격 시간, 기상 문제로 30~45일 남아”
우크라이나가 올해 날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대반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한 달 남짓 남았다는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의 진단이 나왔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사진)은 10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상 문제로 대반격이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30~45일 남아 있다”면서 이후에는 날씨 문제로 우크라이나군의 기동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년 가을 우기에 우크라이나의 흑토 지대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와 이어지는 추위가 우크라이나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스푸티차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전차의 진격으로부터 수도 키이우를 방어한 ‘1등 공신’이지만, 동시에 지난 봄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을 늦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밀리 의장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반격이) 어떻게 끝날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10월 합참의장에 취임한 그는 4년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은 서방의 무기 지원이 늦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미뤄진 지난 6월 초 시작됐다. 시기를 놓쳐버린 진격은 러시아가 6개월 가까이 구축해 놓은 요새화된 방어선을 뚫는 데 난관에 봉착했고, 전선은 수개월째 교착 상태였다. 대반격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말 남부 자포리자 전선에서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로보티네를 탈환하며 1차 방어선 돌파에 성공했다. 로보티네를 수복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자포리자주 최대 도시인 멜리토폴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인 토크마크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토크마크를 넘어 멜리토폴 탈환까지 성공한다면, 크름반도 북부에서 동부 돈바스까지 이어지는 러시아 남부 점령지 회랑을 중간에서 단절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라며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가 (전투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면서도 “반격을 90분 만에 완료되는 장편 영화처럼 보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러시아에 빼앗긴 점령지 탈환을 위해 진격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다가오는 겨울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면 러시아가 방어선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은 날씨가 대반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투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기에는 바퀴가 달린 군용 차량을 활용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공격은 걷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적응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1월 남부 헤르손을 탈환하는 성과를 냈고, 겨울 동안에는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주변에 전력을 집중 배치해 전투를 이어왔다. 다만 11월 헤르손 탈환의 성과에 비해 바흐무트 전투는 장기간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병력 손실만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자국군이 빼앗긴 영토를 모두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빌트암존탁이 10일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인 민주계획재단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0%가 자국군이 점령지를 모두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6%만이 점령지 탈환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우크라이나 시민의 83%는 올해 대반격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에도 대반격 작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63%가 반대했고, 30%는 지지했다. 조사는 러시아가 점령지가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에 거주하는 시민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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