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제한 환승카드’ 추진…경기·인천 ‘난색’ 이유는?

류수연 2023. 9. 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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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6만5000원…1∼5월 시범운영·하반기 시행
온실가스 저감, 물가인상 부담 경감 등 목표
경기도·인천 동시 반발, 코레일 조율도 난제

서울특별시가 내년부터 월 6만5000원을 내면 서울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까지 모두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전용 교통카드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 대해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어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 이하 ‘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판매하고, 보완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기본요금은 지난 8월12일부터 1500원, 1200원으로 300원씩 인상됐다. 지하철 기본요금도 오는 10월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이 오르고, 내년 하반기 1550원으로 150원 인상계획이 또 잡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동행카드를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은 매일 2회 이상 대중교통을 타면 요금할인 혜택이 생긴다. 

지하철 승차. 이미지투데이


기후동행카드, 이용법과 혜택은? 

기후동행카드는 6만5000원을 충전하면 한달 동안 서울 권역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3000원짜리 실물 충전카드와 무료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앱은 시범기간엔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제공되며, 본사업때 아이폰용 지원이 이뤄진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탑승하는 지하철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을 이용할 수 있다.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할 때도 이용 가능하지만, 반드시 승차지역이 서울이어야 한다. 또한 신분당선은 기본요금이 달라 제외된다.

버스는 서울지역 시내·마을버스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경기·인천 등 타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에서는 불가능하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을뿐 아니라 ‘한강 리버버스’ 등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도 확대 적용된다.



서울시, ‘1석4조 효과’ 기대…“총 50만명에 1인당 연 34만원 할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크게 네가지 목표를 위해 도입됐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로 ▲온실가스 저감 ▲광역교통난 해소 ▲가계부담 경감 ▲물가 충격파 완화가 그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기후동행카드는 교통 분야의 신(新) 패러다임”이라며 “탄소저감을 위한 시의 노력,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전환한다는 정책 목표, 서민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교통복지 측면에서 고려하려는 고민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지역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수송분야 온실가스가 17%인 약 763만t에 달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승용차 이용이 늘면서  하루 중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분포비율인 ‘수단분담률’ 가운데 대중교통의 비중이 2018년 65.1%에서  2021년  52.9%로 급감했다. 결국 대중교통 비중을 높여야 기후위기 대응의 단초도 마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시는 동행카드 도입을 통해 연간 1만3000대가량 승용차 이용이 줄고 연 3만2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광역교통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을 덜고 고물가 충격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50만명의 시민이 지하철·버스·마을버스·따릉이 등을 이용,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권역에서만 매월 6만5000원 이상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시민이 90만명으로 추산됐고, 알뜰교통카드와 정부가 내년 도입할 K패스 이용자 등을 빼면 50만명이 남는다”며 “이들 50만명이 주말 따릉이까지 탄다는 가정 아래 기후동행카드를 월 40회 이용하면 구입한 만큼 값을 하고, 60회 쓰면 3만원의 할인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독일 사례를 적극 참조해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6∼8월 한화 약 1만20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9유로 티켓’을 실험 도입해 약 5000만장을 판매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t 저감, 물가상승률 0.7% 감소는 물론 교통혼잡 개선, 신규 이용자 증가 등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해 3개월여 만에 1100만장을 판매했다.

이밖에 프랑스 파리는 월 72.9유로 정기권을, 오스트리아는 연 1095유로 ‘기후 티켓’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과 조율 필요…‘K-패스’ 사업과도 중복 최소화 ‘과제’
경기 광역버스. 연합뉴스

서울시 동행카드 사업의 재원은 총 750억원으로 추정된다. 50%는 서울시, 나머지 50%는 운송기관이 부담한다. 내년 하반기 요금인상이 이뤄지면 지하철은 연 3500억원, 버스는 3000억원 수입이 늘어나는데, 그중 10%를 시민에게 환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교통문제는 서울만이 아닌 경기·인천 등 2600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경기 혹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현재 계획대로라면 기본요금이 서로 다른 광역버스는 동행카드 이용이 불가능하며 서울 이외 지역에서의 지하철 승차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발표를 놓고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일제히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도입방안을 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2600만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며 “3개 지자체 실무협의체를 통해 ‘수도권 통합 환승 정기권’ 제도 도입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수도권 교통 현안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만나 공동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부가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인 ‘K-패스 사업’과의 중복을 해소할 방안도 요청했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이 제도는 국비와 지방비를 공동으로 투입하는 범정부적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한달에 21회 이상 이용한 승객에게 교통비의 20∼53%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하는 제도다. 

김준성 인천시 교통국장은 “통합 환승 정기권 도입을 확정하기 전에 수도권 3자 협의체에서 K-패스 제도와의 중복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추가적인 예산 부담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등을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하철 일부 구간의 운영주체인 코레일과도 조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제도 자체는 오래전부터 검토했지만 보안을 위해 인천·경기도에는 일주일 전 알리고 논의를 시작했다”며 “흔쾌히 동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논의해보자는 정도의 분위기가 실무선에서 나온 것으로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시범사업부터 함께 시작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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