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에 ‘황토광장’ 역발상

지난 9일 시민들이 제주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숨골 공원에서 황토로 조성된 광장을 찾아 맨발로 걷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숨골 공원
‘광장’ 형태로는 전국 처음
충남 보령에서 진흙 공수
저류지 상단 활용해 조성
하루 평균 300여명 방문

제주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숨골 공원. 지난 9일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저류지 한쪽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웃고 떠들며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황토로 이뤄진 ‘어싱광장’으로, 어싱(earthing)은 맨발로 걷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잇따라 조성하는데, 광장 형태는 제주가 처음이다.

어싱광장에서는 손 잡고 맨발걷기를 하는 노부부부터 진흙탕에 앉아 흙장난 하는 아이들까지 수십명이 흙의 질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광장 대부분은 마른 상태로 단단했지만 일부 공간은 아이들이 촉감놀이 등을 할 수 있도록 물을 뿌려 질펀하게 만들었다.

5세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은 문모씨(39·제주시 봉개동)는 “맨발로 걷는 황토광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제주시에서 넘어왔다”면서 “아이에게 마음껏 흙에서 걷고 놀게 하고 싶었다. 나 역시 맨발걷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제주 서귀포시가 지난 7월3일 맨발걷기 황토광장으로 조성한 이후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개장 이후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고 있다.

어싱광장은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심 공원에 조성한 저류지 상단부 공간을 활용해 만든 곳이다. 이곳은 비가 와도 물이 차지 않다보니 평소 잡목과 덩굴만 무성해 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비만율은 높고 걷기 실천율은 낮은 제주도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밀착형 공간이 필요했는데 저류지 상단부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지난 4월부터 충남 보령에서 진흙 307t을 들여와 바닥에 깔았다. 주변에는 톱밥 촉감 체험장과 몽돌 발마사지 길, 맨발걷기 후 씻을 수 있는 세족장, 산책로 등을 마련했다.

어싱광장은 개장 직후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파트 등 주거공간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공원에 조성된 만큼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이 좋더라도안심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니 불면증 해소에 좋더라’ 등의 입소문이 퍼졌다. 아이들에게는 촉감놀이를 위한 공간이 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왁자지껄하다.

황톳길 맨발걷기는 발바닥을 지압해 혈액순환 등에 좋고 심신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 전북 군산, 경기 파주 등도 최근 황톳길을 만들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황토 어싱광장을 걷는 것이 불면증 해소,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제주도의 주요 건강지표가 전국 평균 대비 최하위 수준인 만큼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