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월터 아이작슨
미국 전기(傳記)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평전이 연일 화제다. 머스크의 큰아들이 지난해 여성으로 성전환 했고 엄마 성(姓)으로 바꿨다는 사실, 머스크가 “아들이 공산주의자가 됐다”고 한탄한 개인사가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인공위성 통신망)를 제공해 서방을 도왔던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을 막기 위해 스타링크를 한때 끊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머스크는 왜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작가에게 털어놓는 걸까. 앞서 아이작슨에게 평전 집필을 의뢰했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작슨은 사람들이 털어놓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감탄한 바 있다. 잡스는 2004년 암 판정을 받은 뒤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면서 아이작슨에게 전기 집필을 의뢰했다. 작가는 잡스를 50차례 인터뷰한 뒤 “잡스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카타르시스를 얻는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자”라고 썼다. 잡스가 23살에 얻은 딸을 평생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실도 그대로 썼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타임지 편집장을 지낸 아이작슨은 총 9권의 전기를 썼다. 이 중 6권이 헨리 키신저,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일론 머스크 같은 천재들 이야기다. 그는 “다빈치처럼 예술,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접점을 찾는 능력이 창의성의 열쇠”라고 말한다. 그의 전기 집필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천재’ 인증이니, 민낯 노출의 위험을 무릅쓸 만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정치 분야에서 걸출한 전기 작가로 활약 중이다. 닉슨 이후 9명의 미국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한 뒤,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트럼프 평전을 집필했다. 트럼프 취재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27통을 입수, 보도한 바 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를 18차례 만난 뒤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썼다.
▶한 인물의 총체적 면모를 보여주는 전기를 잘 쓰려면 인터뷰, 자료 조사와 함께 통찰력까지 필요하다. 유럽에서 인물 평전은 앙드레 모루아(바이런·발자크 평전), 장 폴 사르트르(보들레르·플로베르 평전) 같은 당대 최고 작가들이 도전하는 영역이었다. 하버드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한 아이작슨은 “내가 직접 인터뷰하고 자료를 찾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겠느냐”면서 모든 작업을 본인이 직접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평전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문화적인 차이도 크지만 도전하는 작가도 적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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