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위험하다고 한들 어쩌겠어요”...1세대 여행 크리에이터의 소신 [여행人터뷰]

이가영 여행플러스 기자(lee.gayeong@mktour.kr) 2023. 9. 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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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인 안시내 작가 [사진 = 안시내 작가]
대한민국에 해외여행 붐이 일기 시작하던 2010년대, 홀로 배낭 하나 들고 여행을 떠난 이가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20대 초반, 그것도 여자 혼자 전 세계를 누비는 건 무모하다는 말을 듣던 시기였다.

주위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세상을 돌며 자신의 여행기를 대중에 알린 사람, 바로 여행작가 안시내다. 올해 어느덧 10년 차 여행작가가 된 안 작가를 만났다. 그는 지난 7월, 에세이 ‘여행이라는 일’을 펴냈다.

​그간 안 작가는 방문한 국가나 도시에서 겪은 일이나 느낀 점을 기술하는 여행기 형태의 책을 주로 써왔다. 이번 신간 ‘여행이라는 일’은 조금 다르다.

안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그동안 걸어온 길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행작가로서 10년 차가 되었을 때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결국 ‘여행이라는 일’은 여행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함은 물론 안 작가의 소망을 실현한 책인 셈이다.

신간을 소개하고 있는 안시내 작가 / 사진=김희수 여행+인턴 PD, 넥서스 출판사
여행하며 먹고 사는 건 누구에게나 꿈같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책에 일로 바라본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했어요. 여행작가 또는 여행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방법부터 여행작가가 취재하고 글을 쓰는 방법까지, 실질적인 삶을 담았어요.
“딱 1년만”이라는 마음으로 떠난 첫 세계여행
출국 전 안시내 작가의 모습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안시내 작가가 세계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사회로 발을 내딛기 전, 진정한 자유를 누려보자는 것.

20대 초반의 작가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 졸업 후 빨리 취업하기만을 기다리던 대학생이었다. 당시 세계여행은 안 작가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기 전, 딱 1년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에서요. 이 생각이 들자마자 휴학하고 반년 동안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이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물론 휴학하겠다는 시점부터 주위에선 다 만류했죠. 다른 이들이 위험하다고 한들 어쩌겠어요. 제 선택인데요.
여행 중인 안시내 작가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이렇게 시작한 세계여행에서 안 작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인도 여행 중엔 모르는 사람과 한 좌석에 앉아 시간을 보냈으며 아프리카 여행 중엔 배낭을 통째로 도둑맞은 적도 있었다. 어찌 보면 난관일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여유를 배웠다.

프랑스 파리에선 우연히 만난 길거리 화가와 나눈 대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경주마처럼 달리는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라고 밝혔다.

우연히 만난 길거리 화가의 꿈이 궁금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물었죠.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꿈이 있느냐고. 그러니까 그 친구가 굉장히 의아해하며 답했어요. 자기는 이미 이 다리 위에서 가장 유명하고 행복하기 위한 돈도 충분히 있다고요. 누군가 꿈이 있냐고 물으면 그냥 지금처럼만 사는 게 꿈이라고 답했던 제가 큰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죠.
기록하고자 시작한 글쓰기로 돈벌이까지
여행 중 사진을 남기고 있는 안시내 작가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원래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던 안 작가는 첫 여행을 떠난 순간부터 계속해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여행지를 직접 보고 느낀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자신이 쓴 글을 단 한 명이라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쾌감이 엄청났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여대생 홀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이야기에 대중의 관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학생 안시내는 첫 책을 펴내며 진정한 여행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안시내 작가 / 사진=김윤진 여행+인턴PD
​안 작가도 처음부터 글쓰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책을 내기 위해 학교 교수님을 찾아가는 등 부단한 노력을 거쳤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안 작가가 찾은 글쓰기 꿀팁은 의문점 지니기다. 작가는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항상 의문점을 달고 다니라고 전한다.

글을 쓸 때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왜’라는 의문을 가져 보세요. 내 생각과 행동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순간 마음속 모든 것을 끄집어낼 수 있거든요. 짧은 글을 매일 쓰는 것도 중요해요.
안시내와 여행,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안시내 작가 / 사진=김희수 여행+인턴PD
아무리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여행작가로 살아가며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작가는 사실 일로 떠나는 여행은 모두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불가피한 상황으로 일을 못 하게 될 때 슬럼프가 온다고 했다. 특히 얼마 전까지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 팬데믹이 그러했다.

​지난 2년간 수입이 아예 없다시피 했던 그는 제주로 향했다. 그리고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했다. 안 작가는 이때 얻은 이야기와 그전 경험한 일을 엮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저는 슬럼프를 극복할 땐 작은 성공부터 이뤄내요.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밥을 먹기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칭찬해요. 글이 써지지 않았을 적엔 하루에 딱 세 줄씩만 글을 썼어요. 이것이 반복되면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더라고요.
여행 중인 안시내 작가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이런 안 작가에게 여행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질문을 받은 때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며 말을 이었다. 20대의 안시내에게 여행은 응축된 삶이었다. 그래서 여행 중 힘든 상황이 있을지라도 삶을 예습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고.

30대에 접어든 현재, 안 작가는 여행을 반려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행을 여행으로만 남겨두기 위해 1년에 두세 달쯤은 콘텐츠 작업을 내려둔 채 오롯이 여행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여행작가 안시내의 다음 목적지
여행 중인 안시내 작가의 뒷모습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안시내 작가는 여행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꾸준히 노력하라’고 전한다. 안 작가가 그간 강연과 수업을 다니며 만난 사람 중 결국 책을 내는 사람은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이 분야에선 천재성이 중요하지 않으니, 끝까지 글을 쓰면 반드시 출간 기회가 올 것임을 전했다.

노력하는 자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싫어하는 일까지 충분히 할 각오로 꾸준히 일한다면 사실상 실패하기도 어려우니,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끈기 있게 도전해 보세요. 실제로 꾸준히 글을 쓰고 검토하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기고나 출간 제안이 오더라고요.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 안 작가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의 꿈은 동화 작가다.
여행 중 만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안시내 작가 / 사진=안시내 작가 제공
어렸을 때부터 동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여행과 동화를 결합한 시리즈물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동화 속엔 한 소녀가 배낭 하나 메고 등장해 세계 곳곳을 알려주는 내용이 담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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