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피치클락 대비 끝난 142km 우완 있다…양현종의 선물, 150km 던져야 시원시원한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꼭 150km를 던져야 시원시원한가.
KIA 우완 황동하(21)의 투구를 보면 시원시원하다. 공을 받은 뒤 마운드에서 잡동작 없이 거의 곧바로 투수판을 밟고 투구자세에 들어간다. 사인을 교환하는 시간이 짧다. 투구 이후 다시 공을 받으면 쉼호흡 정도 하고 곧바로 다시 투구동작에 들어간다.
그런 황동하의 공을 쳐야 하는 타자들은 살짝 당황할 수 있다. 투구 템포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 9일 KIA와의 광주 더블헤더 1차전에 나선 몇몇 LG 타자는 황동하의 템포에 맞춰 정신없이 타석에 다시 들어갔다.
인상고를 졸업한 2년차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갔다. 16경기서 6승4패 평균자책점 3.43. 그러나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한 측면은 있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황동하의 올해 1군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142.1km.
결국 1군에서 선발로 나가도 5이닝을 넘기기 전에 어느 정도 공략 당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다. 8월20일 대구 삼성전서 4⅔이닝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3실점, 9일 광주 LG 더블헤더 1차전서 4⅓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볼넷 2실점했다.
이 두 경기의 공통점은 그래도 5회까지 마운드에 나와서 2~3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어느 정도 ‘경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1군 경험이 부족해도 도망가며 사사구를 남발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스피드가 안 나와도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 자신의 무기들을 과감하게 구사했다. 빠른 템포로.
빠른 투구템포의 장점은 확실하다. KIA 김종국 감독은 10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팀 타율 1위 LG 타자들을 상대로 그렇게 던지는 건 대단한 호투를 한 것이다. 5회를 못 넘겼지만, 대단한 투구를 했고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다. 빨리 던지는 스타일이다. 타자들이 생각할 시간이 적다. 그러면 타자는 루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 수비수들도 훨씬 집중력이 더 생기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8월20일 경기는 양현종이 잠시 재정비하는 사이 임시로 나간 날이었다. 이날 이후 김종국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면서 대체선발 카드 1순위가 됐다. 3일은 더블헤더라 어차피 대체 선발이 나가야 했다. 어쨌든 앞으로 황동하의 모습을 자주 볼 전망이다. 팔꿈치 주사 치료 중인 마리오 산체스가 예상보다 복귀가 빨라질 조짐이지만, 당분간 대체 자원은 필요하다. 이의리도 손가락 굳은 살 이슈로 이번주에 등판을 거른다.
장기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KIA가 미래의 오른손 선발투수 후보군에게 1군 경험을 부여한다. 살얼음을 걷는 순위다툼이지만, 어쨌든 미래 동력을 도모하는 의미가 있다. KIA는 왼손에 비해 오른손 토종 선발 자원이 부족하다. 황동하가 이렇게 경험을 쌓아 내년에 5선발 경쟁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하나는 KBO리그에도 언젠가 도입될 피치클락에 확고한 장점을 가진 투수라는 점이다. KBO는 올 연말에 국내 1~2군 구장에 피치클락 장비를 설치한다. 2024년부터 퓨처스리그를 시작으로 제도 도입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1군에 피치클락이 적용될 날이 얼마 넘지 않았다.
현행 메이저리그 피치클락은 유주자시 20초, 무주자시 15초만에 투구해야 한다. 공을 투수 혹은 심판에게 받은 뒤부터 시간이 흘러간다. 강제로 적응해야 할 투수가 수두룩한데, 황동하는 굳이 적응이 필요하지 않을 전망이다. KIA로선 앞으로 자주 볼만한, 시원시원한 오른손 젊은 투수의 발견이라 정말 반갑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