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갈등 아닌 사람·문화 잇는 바다 되길”

김용출 2023. 9.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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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정치군사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오키나와 땅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오키나와를 둘러싼 동아시아 바다가 대립과 칸막이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잇는 바다가 되기를 희구합니다."

국제문학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제7회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오키나와 작가 메도루마 슌(目取眞俊)은 11일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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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문학상 수상 메도루마
‘어군기’ 등 오키나와 대표 작가
식민지 차별과 억압 등 다뤄와
“전쟁·자연파괴 등 현실 외면 못해”
특별상 진은영 “빈자 손 잡을 것”

“동아시아의 정치군사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오키나와 땅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오키나와를 둘러싼 동아시아 바다가 대립과 칸막이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잇는 바다가 되기를 희구합니다.”

국제문학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제7회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오키나와 작가 메도루마 슌(目取眞俊)은 11일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메도루마 작가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작가로서 영예를 뒤쫓기 위해서가 아닌,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하고, 헐떡이고, 괴롭고, 웃고, 울고,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민중의 시점에서 사회를 응시하고 소설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밝혔다.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자인 일본 작가 메도루마 슌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운영위원회와 본상 선정위원회는 앞서 “오키나와에 대한 식민지적 차별과 억압, 미군 주둔 문제 등 오키나와가 처한 권력 구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문학적 승화를 실천 및 노력해온 작가라는 점에서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제정 취지와 부합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1960년 오키나와에서 태어나고 자란 메도루마는 1983년 오키나와 지역공동체가 대만 여공에게 가한 폭력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소환한 ‘어군기’로 류큐신포 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1997년 끝나지 않는 오키나와전쟁을 다룬 ‘물방울’로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야스나리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 세계에 대해서 “제 소설의 원천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모님 등 주위 어르신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기에 오키나와전쟁이 소설의 주제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이 파괴되고 새로운 군사기지가 건설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메도루마는 후쿠시마의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것은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자세는 이상한 점이 많기 때문에 시민들이 규탄하고 막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동대지진과 관련해선 “일본정부와 도쿄도가 하는 모습은 역사적 사실을 애매하게 하고 불리한 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없었던 것으로 하려 하고 있다”며 “역사 수정주의를 비판하고 용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진은영 시인은 이날 “텅 빈 백지 앞에서 두려움과 환멸과 조급증이 뒤섞인 어둠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이호철 선생의 등장인물들이 울먹이고 흐느끼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그 소리를 따라 백지 밖으로 나갔다가 역사의 빈자들의 손을 잡고 다시 백지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5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적 문인 이호철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을 기리고 향후 통일 미래의 구심적 활동을 지향하고자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문학상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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