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국가산단, 굴뚝산업 넘어 ‘에너지산업 메카’로

윤경재 2023. 9.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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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창원국가산업단지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 50년 성장동력을 설계하는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영세했던 조선협력업체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에너지 설비로 업종을 바꿨다는 지난 보도처럼, 창원국가산단은 최근 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풍력과 원전, 수소를 중심으로 꾸려진 창원국가산단의 에너지산업은 유망한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데요.

에너지 기업의 대표 주자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창원국가산단 에너지 산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들여다봤습니다.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1391호 대한뉴스/1982년 5월 20일 : "우리나라의 기계 공업을 대표하는 한국중공업 창원 기계 공장이 준공되었습니다."]

창원 귀산동 한적했던 어촌 마을은 1982년 한국중공업이 들어서면서 창원국가산단의 에너지 분야 전진 기지가 됐습니다.

발전 설비와 선박 엔진을 만들던 공기업은 그러나 1988년부터 경영악화로 인한 자본잠식 위기를 겪었습니다.

[KBS 뉴스/2000년 12월 12일 : "한국중공업 지분 입찰에서 두산이 인수자로 낙찰되었습니다. 이로써 20년 동안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의 민영화 작업이 마무리되고…."]

결국 외환위기의 벽을 넘지 못한 자산 4조 원의 한국중공업은 3천억 원대에 두산으로 넘어갑니다.

'두산중공업 시대' 주력 분야는 가스터빈과 화력·원자력 발전, 해수 담수화 설비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 파리기후협약 뒤 화력발전 수요가 바닥을 쳤고 2017년부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원전 수주도 막혔습니다.

창원국가산단의 한 축이 된 대기업, 두산에너빌리티의 위기는 주가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탈화력과 탈원전 등의 영향으로 2014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2020년 바닥을 찍었는데요.

본격적인 반전이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생존을 위한 활로를 다시 뚫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했습니다.

[KBS창원 뉴스/2022년 3월 2일 :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 두산중공업이 22년 만에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 변경을 추진합니다."]

20년 된 간판을 내리고 새 이름을 내건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공장, 5.5㎽급 해상풍력 터빈입니다.

제주 앞바다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2005년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든 두산은 70% 넘는 부품 국산화를 이뤘고, 국내 최다 공급 실적을 쌓고 있습니다.

[박현근/두산에너빌리티 기술부장 : "과거 화석 연료 이런 쪽에서 지금은 청정에너지 쪽으로 바꿔 가는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전환점을 우리가 이용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시작점이 아닌가…."]

화석 연료에서 가스와 바람으로 원료는 바뀌었지만, '발전 기술의 꽃'이라 불리는 터빈의 가치는 컸습니다.

한때 석탄발전기를 만들던 기술은 지금 가스터빈과 해상풍력, 수소, SMR 같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임동진/두산에너빌리티 기술부장 : "전기를 만드는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해왔지만, 앞으로도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수소를 만든다든지 혼합 연소를 만든다든지 하는 그런 가스터빈 쪽에 계속해서 연구 개발을 하고 있고, 원자력발전도 옛날 대에서 소형으로 가는 SMR에 지금 계속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창원국가산단의 에너지 산업, 다가올 50년 새 판을 짜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손꼽히는 에너지 대안은 소형모듈원전 SMR, 일반 원전보다 입지가 자유롭고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적어 수요가 크게 늘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SMR 부품의 해외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창원국가산단 업체들의 부품 개발·협력 체계를 촘촘하게 꾸려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게 시급합니다.

[조주현/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실장 : "국제에너지기구(IEA)가 SMR이 앞으로 700GW 정도는 더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래서 시장 규모 전망은 되게 크게 되어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우리가 점유율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까는 또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이 지고 해상 풍력이 뜰 전망입니다.

기술 실용화 수준이 높고 면적 대비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원국가산단에는 풍력 터빈과 해상 하부설비 제작 능력을 갖춘 기업이 많아 수주 증가가 기대되는 업종!

바다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진동·소음 저감 기술 개발이 관건입니다.

[조상민/에너지경제연구원 재생에너지정책연구실장 : "국내에서 실증하고 내수 시장을 확보한 이후에 해외로 진출하는 전략이 적합해 보이고요. 풍력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바다를 가지고 있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좀 더 특화된 기술들을 개발해서 확보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노하우가 많이 축적된 수소산업도 창원국가산단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입니다.

수소 생태계가 완성되면 생산과 저장, 활용 단계까지 모든 산업 주기에서 먹거리가 기대됩니다.

[정필승/인제대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 "수소는 워낙 작은 원소다 보니까 금속 같은 것도 투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틈새도 빠져나갈 수 있어서 기밀성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도 매우 중요한데 그건 어떻게 보면 창원이나 경남 지역에 있는 기계 산업 쪽에서 상당히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 산단 가운데 에너지산업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창원국가산단, 풍력과 수소, 원자력이 어우러진 에너지산업 분산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미래 에너지산업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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