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 방러 길 오른 김정은···푸틴 만나 ‘무기 거래’ 논의할까

박광연 기자 2023. 9. 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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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경제포럼 끝나는 13일 만날 수도…장소 비공개
무기 거래·연합훈련 등 다룰 듯…‘신냉전’ 긴장 고조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됨에 따라 이르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핵 무력 기술을 서로 거래하는 등의 군사적 협력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밤 또는 다음날 새벽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밤 8시쯤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열차 구간은 1200㎞에 달한다. 북한 내 열악한 철도 사정과 북·러의 철도 궤 차이로 중간에 열차 바퀴를 교체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20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2019년 4월 방러 당시에는 24일 새벽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에 도착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전용 방탄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문을 짐작게 하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역 안 승강장 곳곳에는 다수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평소보다 경비가 강화됐다. 북한 시찰단으로 보이는 이들이 전날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을 방문했다고 일본 TBS 지역 민방인 뉴스네트워크 JNN이 보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르면 12일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차 이날부터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있다. 2019년에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다음날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물론 EEF가 끝나는 오는 13일 이후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 RTVI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 정상회담 때는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바 있다. 현재 극동연방대학에서는 EEF가 진행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방안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군수 물자가 필요한 러시아는 북한에 재래식 무기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핵·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소개한 바 있다. 이후 주요 군수공장들을 잇따라 방문해 “국방경제 사업”을 처음 언급하며 무기 판매 준비 행보를 보여왔다.

북한은 핵 무력 고도화에 필수적인 러시아의 첨단 전략무기 기술을 지원받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하고 다음달 추가 발사를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고체 연료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핵탄두 등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전술핵잠수함 건조·진수 사실을 공개하며 ‘핵 추진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북·러 정상회담을 고려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주변의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군사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러 연합군사훈련 시행 방안도 다뤄질 수 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과의 연합훈련 시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왔다. 연합훈련이 진행될 경우 해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해군 핵무장을 강조하는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외에 별도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2019년에는 태평양 함대 기념비에 화환을 진정하고 연해주 주지사가 마련한 오찬에 참석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는 최근 코로나19 국경봉쇄 완화 이후 외교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월 열린 북한 노동당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여야 할 절박성”이 거론되며 논의된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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