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공익 목적 CCTV 열람 가능해야
"그곳에 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
지난달, 서울 신림동 공원에서 여성을 흉기로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해 숨지게 한 최윤종의 말입니다.
2021년 말 기준 CCTV는 천600만 대 이상, 인구 3명당 1개꼴이니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바로 이 CCTV겠죠.
실제로 2014년 미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세계적인 탈출 및 도주 전문가인 조엘 램버트가 제주도에 잠입했다가, 한국 경찰에 잡힌 뒤 "한국엔 수많은 CCTV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며 군색한 변명을 했던 것도 유명하죠.
그런데 최윤종이 이걸 알았다면 범행은 더 망설임 없이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CCTV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거요.
일명 '바리캉 폭행남' 사건을 보죠. 지난 7월, 4박 5일간 감금돼 남자친구에게 머리를 밀리고 폭행과 성폭행 그리고 신체 촬영까지 당한 여성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아직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베란다에 웅크려야만 간신히 눈을 붙일 수 있다는데.
가해자는 삭발, 폭행을 인정하면서도 이 모든 건 피해자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 가해자의 아버지는 이건 단순한 데이트 폭력일 뿐이라 하고요.
속이 탈 대로 타버린 피해 여성의 아버지가 수사기관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범행 장면을 찾기 위해 일주일간 편의점, 산부인과, 오피스텔 등을 다녔지만 속 시원하게 CCTV 화면을 내준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현행법상 자신이 촬영된 동영상은 경찰입회 없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붙습니다. 다른 이의 모습은 비식별화, 그러니까 누군지 모르게 처리하는 과정을 한 뒤 제공해야 합니다.
CCTV가 내 전용도 아니고 어떻게 나만 찍죠? 때문에 CCTV를 운용하는 측에선 귀찮고, 공연히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 제공을 거부하는 겁니다.
극심한 공황 상태인 피해자를 동반하고 읍소를 해도 돌아온 답은 NO! 경찰이나, 방송사 관계자를 동행하고서야 간신히 몇 곳에서 영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CCTV 공개는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범죄 피해자나 그 가족만이라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말입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진짜 좋은 나라잖아요. CCTV는 우리가 멋으로 달고 있는 게 아닙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공익 목적 CCTV 열람 가능해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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