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극단적 선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운영하던 음식점이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신상을 털고 직접 가게에 찾아가 포스트잇까지 남긴 건 과하다는 취지였지만 공감보단 비공감 수가 더 많았습니다. “과도한 사적 제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누리꾼이 더 많은 것입니다. 10일엔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신상을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등장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게시글로 2차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여과없이 개인정보가 무문별하게 유출되는 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24년차 교사 A씨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신상과 운영 가게 등이 널리 퍼졌습니다. A씨는 2019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후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려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게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의 설명입니다.
누리꾼들은 분노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 학부모 가게가 알려졌습니다. 가장 먼저 지목된 곳은 대전의 한 프랜차이즈 김밥집입니다. 이 김밥집은 후기 테러와 음식물 테러를 당했습니다. 후기에는 “선생님 자살하게 만든 학부모 4명 중 한 분이 여기서 일하는 사장님이라고 들어서 구경 와봤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괴롭힘으로 사람 죽인 가게가 여긴가요?” 등의 글이 달렸고, 지난 8일 밤엔 일부 시민이 가게를 찾아 계란과 밀가루, 케첩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죽인 겁니다’, ‘살인자’ 등의 포스트잇도 붙었습니다.
업장은 결국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대해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렸고, 지난 9일 한 부동산 중개 사이트엔 가게 매물이 나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또 다른 학부모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용실도 공개됐습니다. 이 미용실 역시 별점 테러 등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미용실엔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너도 4년간 괴로움에 치를 떨길’, ‘살인자 헤어’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습니다.
전날엔 아예 학부모 신상을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등장했습니다. ‘24년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는 소개글이 적힌 이 계정엔 대전 교사 극단적 선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대전 지역 학부모 가족의 얼굴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 주소, 직업, 사업장을 표시한 게시물 40여건이 게시됐습니다.
계정 운영자는 “혹자는 선을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저들 때문에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엄마는 딸을 잃었고, 두 아이는 엄마를 떠나보내며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싶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엔 이 같은 신상 공개 및 가게 테러 행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립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입니다. 한 누리꾼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고, 다른 누리꾼도 “법이 정의롭지 못하니 홍길동이 나선다”고 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친척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가게를 테러하는 건 과한 처사라는 것입니다. 한 누리꾼은 “인민 재판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대낮에 홍위병이 하듯 남의 가게에 테러를 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조리돌림을 하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누리꾼 역시 “가해자 부모가 아주 밉지만 그렇다고 몰려가서 이렇게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