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친모, 임신 15주…법정서 밝혀져

영아 2명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친모 고씨가 지난 6월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자녀 2명을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사건 30대 친모가 현재 임신 15주에 접어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 12부(재판장 황인성) 심리로 열린 피고인 고모(35)씨에 대한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 2차 공판에서 밝혀졌다. 이날 고씨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남편 이모씨에게 “피고인이 현재 15주라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접견에서 들었다”고 했다.

수사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씨와 고씨 사이에는 이미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가 있고, 이후 고씨는 2018년 11월, 2019년 11월 각각 딸과 아들을 낳은 후 살해했다. 현재 임신한 아이가 태어나면 이 부부의 6번째 자녀가 되는 셈이다.

변호인은 이씨에 “피고인은 세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뒤 산부인과에서도 말리는 방법으로 피해 영아를 출산했는데,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고 동의가 없어서 이 방법(살해)을 택했다고 한다”며 “남편이란 사람이 왜 무책임하게 피임도 신경 쓰지 않았을까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제가 똑바로 행동했다면 아내가 그렇게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가해를 지속해 범행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변호인은 고씨가 산후우울감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범행 시점에 남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들며, 정황상 심리적인 특이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고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병원에서 여아와 남아를 출산한 뒤 자택과 집 근처 골목 등에서 살해하고 비닐봉지에 넣어 수원시 장안구 자택 아파트 냉장고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씨는 이미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또 출산하게 되자, 이 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과정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영아 사례를 발견하게 되자, 수원시에 통보했고, 수원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6월 21일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은 냉장고에서 피해 아동 시신 2구를 발견해 그를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