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채용비리 353건 적발…58명 부정합격 의혹
● 당일 내부 추천으로 채용된 사람만 13명
부정합격 의혹 58명에는 1년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별도 시험을 치르지 않은 31명이 포함됐다. 법령상 5급 이하 임기제 공무원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려면 서류·면접 시험 등 경력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뛴 것. 또 채용 자격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거나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응시자가 탈락된 가운데 합격한 사례도 13명으로 집계됐다. 경력 증명서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채용된 사례도 있었다.
특히 권익위는 채용공고 없이 내부에서 추천받은 1인이 별도의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하는 ‘비다수인 채용’과 관련해 28명을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수사 의뢰했다. 채용 당일 내부 추천을 받아 서류전형·면접을 거쳐 하루 만에 채용된 사람도 13명에 달했다.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의 자녀가 비다수인 채용으로 뽑히는 등 비다수인 채용은 고위직 자녀들의 ‘아빠 찬스’ 특혜 채용 경로로 지목돼 왔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에선 이런 제도가 없다. 사실 처음 듣는다”고 했다. 조사단에 파견 온 인사혁신처 직원도 “규정을 이렇게나 악용할 수 있느냐”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같은 결과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5월 선관위는 채용 비리 관련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는데, 수사 의뢰 4건, 징계의결 요구 4건, 주의처분이 2건에 불과했다”며 “오늘 권익위 발표와 비교해보면 선관위가 했던 것이 자체 감사인지, 자체 은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 “선관위 60% 이상이 개인정보 제공 거부”
권익위는 정작 전수조사의 계기가 됐던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의혹은 선관위 직원들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로 밝혀내지 못했다. 정 부위원장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한 직원이 41%에 불과했다. 사실상 60% 이상이 거부해 (가족 관계는)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며 “312건을 수사 의뢰한 것은 그런 점을 살펴봐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향후 인사 분야의 감사 기능을 감사부서로 이관하고, 채용 관련 규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에게 경력 채용 사실을 미리 알려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신우용 전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1급)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밝힌 6월 9일 이후인 같은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7월 1일 의원 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 됐다. 아울러 ‘사촌 채용’ 의혹을 받는 주무관 A 씨(7급)도 의원 면직됐다. 두 사람은 공무원 연금이 삭감되는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선관위가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선관위 사무총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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