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손자였어" 화재로 아버지·할머니 잃은 아이…주민들 "안타깝다"

박상아 기자 노경민 기자 2023. 9. 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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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숨진 할머니와 손자 다정한 사이…부부도 참 부지런했다"
피해자 가족에 지원책 마련 예정…오늘 사망자 부검 완료
불이 난 세대에 출입금지 라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박상아 노경민 기자 = "아이가 참 쾌활했다. 할머니와 손자가 참 다정한 사이였어."

지난 9일 화재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아파트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사장은 숨진 할머니 B씨(57)와 손자 C군(4)을 이같이 기억했다.

이 사장은 "항상 할머니가 어린이집 하교 시간인 오후 4시쯤 손자를 데리러 나왔다"며 "둘이 손 잡고 마트에 와서 종종 과자를 사가곤 했다. 아이는 4살인데도 한국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까지 잘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어가 서툰 베트남 국적의 할머니 뒤를 항상 지켜온 든든한 손자였다고 한다.

또 "아이 부모와 많이 이야기해보진 않았지만, 부부가 출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부지런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참 열심히 사신 분들인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부부와 친분이 있었던 주민들에 따르면 한국인 남편 A씨(45)가 새벽에 나가 과일을 가져오면 베트남 국적의 아내 D씨가 이를 시장에 나가 팔았다. D씨의 모친 B씨는 손자 양육을 돕기 위해 한국에 왔다.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이날 아파트 내부에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남아있었다. 계단과 복도 곳곳엔 잿더미도 보였다.

불이 났던 7층 현관문은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통제 라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천장과 벽면은 연기로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 이들이 추락했다는 아파트 아래 화단을 따라서도 통제 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2년간 A씨를 알고 지냈다는 한 주민은 "A씨의 아들과 내 딸이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다"며 "A씨는 성격이 참 좋았다. 너무 좋아서 탈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일가족이 추락한 아파트 아래 화단에 여전히 남아있는 핏자국을 가리키며 "아직까지 이게 남아있다"며 괴로워했다.

불이 난 아파트에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2023.9.11/뉴스1 박상아 기자 ⓒ News1

안타까운 사고로 아파트 입주민들과 관할 부산진구와 부산진구다문화센터 등에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일부 입주민들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모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 주민은 "아이 엄마와 아이만 남겨졌는데 타지에서 멀리 와 얼마나 힘들겠냐"고 안타까워 했다.

구 관계자는 "피해 입은 가족들을 위해 공동모금회와 연계하는 등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아파트 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이들의 장례식 절차가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무소 관계자는 "어제 아내분께 장례 준비 등을 묻고자 전화를 했었다. 한국말이 서툴러 소통이 어려웠으나 '아이가 너무 아파요' 이 한마디는 똑똑히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지금은 A씨의 가족들과 연락이 닿아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단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화재는 지난 9일 오후 4시15분쯤 아파트 7층 한 세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A씨와 B씨, 아들 C군이 뜨거운 열기를 피해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A씨와 B씨가 숨졌다.

C군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목격자들마다 C군의 부친 또는 할머니 중 누가 C군을 안고 떨어졌는지 진술이 엇갈려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날 A씨와 B씨에 대한 부검은 완료됐고, 장기 손상 외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재 당일 일부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소방 자체 조사 결과 아파트 단지 내부의 비좁은 도로 폭과 이중주차가 맞물려 차량 진입에 다소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주차란 주차선 밖에 주차된 차량이 주차선 안에 있는 차량 통행을 막는 것으로, 공영주차장에선 견인 등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아파트 단지는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평소 이중주차 현상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주차할 곳이 없어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도로 갓길에 불법 주정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소재 화재 아파트 아래로 유리 파편이 쏟아져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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