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매력에 빠진 20년 여정…"고판화는 아름다운 기록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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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면, 그걸 공개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클 거예요. 그렇게 시작해서 벌써 20년이네요."
한선학(67)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고판화에 미친 사람'으로 불린다.
남들은 그저 오래된 유물로 치부하던 고판화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고판화와 목판, 고서를 모았고 2003년 박물관까지 차렸다.
박물관은 22∼23일에 한·중·일 고판화 전문가를 초청한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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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서 살다보니 새로운 세계 개척…고판화, 4차 산업혁명에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면, 그걸 공개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클 거예요. 그렇게 시작해서 벌써 20년이네요."
한선학(67)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고판화에 미친 사람'으로 불린다.
남들은 그저 오래된 유물로 치부하던 고판화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고판화와 목판, 고서를 모았고 2003년 박물관까지 차렸다.
좋은 물건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는 그가 지금껏 모은 자료는 6천여 점에 달한다.
한 관장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고판화에 미쳐서 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고판화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불교 조각을 공부한 그가 처음 고판화에 빠진 건 1996년 일이었다.
군승(軍僧)으로 군에서 불교 승려로 봉직했던 그는 중국으로 성지순례를 갔을 당시 다양한 작품을 접했고, 이후 서울 종로 인사동을 돌아다니며 지장보살이 새겨진 목판을 처음 샀다.
지장보살 그림을 찍어서 주변에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인데 말 그대로 흠뻑 빠졌어요. 좋은 물건을 사 오면 밤새도록 찍어보고 웃었고, 반대로 엉망인 물건을 구했을 때는 한동안 인사동에 가기도 싫었죠." (웃음)
한 관장은 고판화를 "인쇄 문화의 꽃이자 아름다운 기록문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화는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아무거나 새길 수 없기에 처음 글이나 그림 도안을 만드는 것부터 나무에 문양을 새기고, 찍어내는 일 모두에 정성이 깃든다"고 말했다.
이어 "고판화의 가장 큰 매력은 디자인"이라며 "하나하나 다 담을 수 없기에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고, 생략해도 되는 건 과감히 생략하며 아름다움을 완성한다"고 덧붙였다.
한 관장은 수집가로서 근 30년, 박물관장으로서 20년간 활동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말에 "힘들기는 하지만, 미쳐서 하는 일이니 괴롭지는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특히 최근 중국 베이징옌산(北京燕山) 출판사와 박물관 소장품을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한 협약을 언급하며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국위선양'이라고 자부했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가 고심해 준비한 특별전은 지난 여정을 압축한 전시다.
이달 22일 개막하는 전시는 동아시아의 고판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삽화 판화, 예술 판화, 문양 판화 등으로 나눠 나라별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 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물관은 22∼23일에 한·중·일 고판화 전문가를 초청한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한 관장은 "박물관 개관 이후 60여 차례 전시를 선보였는데 대중에 많이 알려진 '명품'만을 추렸다"며 "고판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옹골찬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꼭 봐야 할 전시품으로 한·중·일 3국의 작품을 각각 소개했다.
유교 덕목의 실천과 보급을 위해 만든 '오륜행실도' 목판은 1859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자료다.
세계 유일본으로 여겨지는 중국의 '불정심다라니경', 정교한 새김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일본의 '관경만다라'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붙잡힌 모습을 묘사한 석판화, '보국안민'(保國安民) 글자를 새긴 동학 태극기 목판 등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고판화 한 길을 걸어온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콘텐츠가 되는 디자인을 판화에서 찾을 수 있다"며 "그만큼 중요한 고판화가 영원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국가나 정부 기관에서 고판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관심 갖도록 알리고, 미래 세대가 잘 활용하도록 '시집' 보내는 게 제 소명 아닐까요? 고민하고 노력해야죠."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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