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터社 먹었다가…CJ ENM·하이브 체했다
CJ ENM USA 올해 적자 확대
하이브 인수 이타카도 내리막
소속 톱스타 결별설도 잇따라
난항 겪는 美 엔터 자회사 운영
韓기업 경영에 거부감 해석도
하이브와 CJ ENM 등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미국 자회사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1조원가량을 들여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생산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으나 자회사 실적이 좀체 상승하지 않으면서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더욱 정밀한 실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CJ ENM USA 홀딩스는 올 상반기 매출 912억원을 기록해 전년 3417억원 대비 73%가량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38억원에서 935억원으로 확대됐다. CJ ENM USA 홀딩스 실적에는 피프스시즌(옛 엔데버 콘텐츠)을 중심으로 50여 개 자회사 실적이 포함돼 있다.
피프스시즌은 지난해 CJ ENM이 약 93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영화·드라마 제작사다.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은 수작을 만들며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피프스시즌은 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CJ ENM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CJ ENM 올해 연간 예상 영업적자'를 제목으로 리포트를 발간하며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454억원 흑자에서 433억원 적자로 수정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가장 큰 변수는 피프스시즌"이라며 "하필이면 63년 만에 작가·배우 노조의 동반 파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또한 미국 현지 엔터사를 인수한 이후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타카홀딩스는 이번 상반기 매출 7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914억원에서 19%가량 위축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3억원에서 30억원으로 급감했다.
당장 실적 회복보다도 더 시급한 건 아티스트 관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이타카홀딩스 소속 톱스타가 회사와 결별한다는 보도가 미국 빌보드 등을 통해 잇따라 나오면서다. 최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와 모든 접점을 끊기로 결정했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소속 톱스타가 최대 강점인 기업으로, 이들이 실제로 이탈한다면 1조원을 들인 인수·합병(M&A)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IB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엔터사가 미국 현지 기업을 사들인 후 통합(PMI)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애초 실사 단계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던 탓으로 본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글로벌 제작사 인수'라는 실적 때문에 계약을 다소 조급하게 체결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엔터사를 경영하는 것에 피인수사 임직원과 아티스트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 아티스트와 엔터사 임직원들은 아시아인 경영진의 지시를 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엔터사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야 하는 시점인 만큼 다소간의 시행착오에도 M&A를 지속 시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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