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수천명 죽었는데…국왕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로코, 왜?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9. 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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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국왕 모하메드 6세가 강진 발생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왕실에서 정치·군사 고위 인사들과 재난 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국가 모로코에 규모 6.8 강진이 덮쳐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그야말로 국가 위기 상황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왕이 부재해 정부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모로코에 강진이 났을 때 국왕 모하메드 6세는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그는 이달 1일 건강상 이유로 파리에 도착해 에펠탑 근처에 소유한 1600㎡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관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사르코이드증을 앓고 있는 모하메드 6세는 2018년 파리에서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프랑스를 찾고 있다.

이런 모하메드 6세가 모로코 강진 소식을 듣고 파리를 떠난 건 이튿날인 9일 아침이다.

이후 모로코 정부는 국왕이 수도 라바트에서 정치·군사 고위 인사들과 함께 재난 대응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촬영해 언론에 공개했다. 이후 모로코 TV에서는 이 모습만 반복 재생됐다. 국왕이 공식적으로 재난에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모로코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중앙집권 국가인 모로코는 국왕 중심으로 국가가 돌아가기 때문에 그가 돌아오기까지 공개적으로 지진에 대해 언급할 수 없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건물이 붕괴되도 정부 관계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오마르 브룩시는 르몽드에 “어떤 공무원도 주권자에 앞서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 이것은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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