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들인 CJ ENM 기대주 왜 '아픈 손가락' 됐나

김다린 기자 2023. 9. 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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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국내 신평사 CJ ENM 실적 주목
‘티빙·피프스시즌’ 약한 고리 지목
티빙 토종 OTT 1위 굳혔지만…
투자 부담에 적자 축소 기대 어려워
‘1조원 빅딜’ 피프스시즌도 부진
미국 작가·배우 파업에 직격탄
연간 기준 적자 전환 가능성 ↑
티빙은 유료 가입자를 늘렸지만 수익성을 개선하진 못했다.[사진=뉴시스]

CJ ENM이 신용평가사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계열사 티빙과 피프스시즌(글로벌 스튜디오)이 적자만 쌓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당초 CJ ENM의 체질을 확 바꿀 미래 동력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해 버렸다.

적자의 수렁에 빠진 CJ ENM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한국기업평가ㆍ한국신용평가)은 CJ그룹의 '약한 고리'로 주력 계열사인 CJ ENM을 지목했다.

지난 6일 한국신용평가는 대기업 그룹 신용도 관련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CJ ENM이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냈다"면서 "자회사 티빙과 피프스시즌(콘텐츠 제작사)의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적자 합계는 1641억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연간 적자 규모(1610억원)를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CJ ENM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9978억원, 영업이익 -807억원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1052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적자로 전환한 데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지난 8월 말엔 한국기업평가가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CJ그룹의 실적 방향성은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사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를 주도하는 CJ ENM의 실적 반등이 그룹의 관건으로 지목했는데,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거였다. 실적 반등의 걸림돌은 재무안정성의 악화였다. 지난해 피프스시즌을 인수하면서 회사의 부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두 신평사의 설명을 요약하면 티빙과 피프스시즌은 CJ ENM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CJ ENM이 티빙이 OTT 사업을 확대하고 피프스시즌을 인수할 때만 해도 '신의 한수'라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걸 고려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 아픈 손가락➊ 티빙 = 먼저 티빙부터 살펴보자. CJ ENM은 2020년 10월 티빙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면서 OTT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당시는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이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으로 급격하게 기울던 시기였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ㆍMBCㆍSBS) 역시 힘을 합쳐 웨이브를 출범하는 등 너도나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티빙 역시 JTBC‧네이버 같은 시너지 내기 좋은 파트너를 확보하고 성장했다. 지난해엔 KT의 OTT 시즌을 흡수합병해 OTT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성과를 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514만명으로 쿠팡플레이(431만명), 웨이브(391만명)를 따돌리고 토종 OTT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이용자 지표를 나타냈다. 선발주자였던 웨이브가 토종 OTT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지금은 티빙이 1위 자리 굳히기에 성공했다.

다만 콘텐츠에 쏟는 비용만큼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건 아니라서 매분기 적자폭만 늘어났다. 최근엔 콘텐츠 제작비가 치솟고 광고 시장까지 위축하면서 미래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아무리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어도 티빙을 MAU 1위 넷플릭스(1153만명)를 역전할 만한 게임체인저로 보는 시선이 많지도 않다.

■ 아픈 손가락➋ 피프스시즌 = 이번엔 온탕과 냉탕을 오간 피프스시즌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2021년 11월 CJ ENM이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시즌) 인수를 발표했을 때도 미래 전망은 밝았다.

엔데버콘텐트는 미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가 2017년 설립한 계열사(해외 스튜디오)였다. HBO‧BBC 등 각국의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애플TV플러스‧아마존프라임을 비롯한 글로벌 OTT에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유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비롯해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의 제작과 유통‧배급에도 참여했다.

CJ ENM은 2022년 초 유망한 기업의 지분 80%를 1조원가량을 내고 사들였다. 창사 이래 최대 투자였지만 "알짜 매물을 괜찮은 가격에 샀다"던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반전카드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작가‧배우 노조가 파업하면서 피프스시즌의 실적이 악화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CJ ENM이 꾀한 역사적인 빅딜은 심상찮게 전개됐다. 올해 상반기 피프스시즌이 납품한 콘텐츠는 3편에 그쳤다. 올해에만 24~28편의 작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는데, 미국 미디어 산업이 파업에 나서면서 꼬였다.

지난 5월부터 미국작가조합(WGA)의 주도로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이 시작됐는데, 7월부턴 미국 배우조합(SAG-AFTRA) 역시 여기에 동참했다. 이들의 파업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프스시즌의 하반기 반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OTT 플랫폼을 키우고 해외 스튜디오를 사들인 건 당시 시장 상황에선 시의적절한 투자였지만, 지금은 오버페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CJ ENM이 OTT와 해외 공략에 워낙 공을 들였기 때문에 당장은 실적 부진을 뒤집을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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