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 거래` 정상회담 임박… 외교·안보당국 초긴장

김미경 2023. 9.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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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반도 상황 더 악화될듯"
조태용 "한·일·중 회담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9·9절) 75주년을 맞아 열린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10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열차편을 이용해 평양을 떠나 북동 국경 쪽으로 이동 중인 정황이 포착돼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외교·안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국방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실제로 방문하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인 10일 오후 열차를 타고 느린 속도로 북동 국경 지역을 향해 이동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12일 새벽 북한 국경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EEF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만나면 미사일과 핵미사일 기술을 맞교환하는 '거래'를 할 것이라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019년 4월 이후 4년만이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이날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2일 저녁 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도 김 위원장의 방러 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기관의 관계자로부터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확인받은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대인 하산에서는 북한 시찰단으로 추정되는 무리와 영접용 레드카펫이 외신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첫 러시아 방문 때도 하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EEF 마지막 날인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북러가 무기 거래를 할 가능성에 맞춰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도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태인데, (북러 간 무기거래로)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또 "북한과 관련된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러시아는 책임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런 행동을 자제하는 게 옳고, 실행되면 강력히 중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전날인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러북 관계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당시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의 무력도발의 원인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한미군사훈련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북러 결속을 상쇄할 전략으로 중국이 참여하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순방 중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연내 정상회의를 열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이 우리와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사가 분명했다"며 "수년간 못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고,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가능성에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긍정적 신호를 줬다. 조 실장은 "한일중 정상회의가 먼저 있을 가능성이 크고, 시 주석의 방한이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외교적으로 풀어서 방한을 성사시켜보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기꺼이 한국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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