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얼마나 벌길래”…‘의대 광풍’ 대한민국, N수생도 역대급
韓 우수인재 의대쏠림 현상 가속화
◆ N수생 폭증 ◆
교육부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졸업생들의 의과대학 진학 수요가 예년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전세계가 반도체·AI(인공지능)·우주 등 차세대 첨단산업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선 우수 인재가 의대에 쏠리는 현상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염려가 커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전체 응시생이 50만4588명으로 전년보다 3442명(0.7%)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11일 밝혔다.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했지만 이른바 ‘N수생’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원서를 접수한 재학생은 32만6646명으로 전년보다 2만3593명 줄었지만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은 각각 1만7439명, 2712명 늘어났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응시생 중 N수생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 수능(37.3%) 이후 28년만에 가장 높았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수능 시험에 고난도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는 방침에 따라 ‘한 번 의대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N수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대 선호 배경에는 안정적인 고연봉을 선호하는 젊은세대의 성향과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의사 소득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지난 7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의 연간 임금소득이 평균 19만2749달러(약 2억56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제출한 2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명문대를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만만치 않고, 불확실한 미래까지 마주하는 현실에서 높은 연봉과 함께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청소년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게 현실이다. 이른바 ‘인센티브 체계 왜곡’을 장기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를 블랙홀처럼 쓸어가는 의대 광풍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은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의대에 진학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을 지배한 국가가 세계를 제패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송’(공대라서 죄송합니다)이 되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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