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방송기관장 "언론 자유 소중히 여기고 노력했는지 자문자답해야"

노지민 기자 2023. 9. 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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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국회에서 야4당과 긴급간담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언론인 한 분 한 분이 그 자리에서 언론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노력했나, 자문자답해야 한다. 여기 앉아서 기사를 쓰는 분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11일)

윤석열 정부에서 해임된 방송기관장 4명(한상혁·정연주·남영진·권태선)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소속 의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주요 방송기관장들 해임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인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한상혁 전 위원장이 5월30일 해임된 이래 7월 윤석년 전 KBS 이사가 해임됐다. 8월엔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정미정 전 EBS 이사,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이 해임됐다. 이날엔 김기중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이 방통위에서 진행됐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다.

▲2023년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8간담회실에서

해임된 방송기관장 가운데 권태선 이사장은 이날 유일하게 본인 해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비슷한 시기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해임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권 이사장은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을 축하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사법부 정의에 비춰보면 남 이사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다른 분들도 해임 사유가 없고 해임에 이를 정도의 잘못을 저지를 바 없다”며 입을 열었다.

권 이사장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언론탄압' 비판을 무릅쓰고 '소신 있게' 한 것이 무엇인가. 정권 뜻에 맞는 보도는 용인하되 그렇지 않은 보도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하고, 그 내용을 '팩트체크'란 이름으로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두환 정권에서 언론통폐합하고 각 방송사들을 옥죄고 쪼개는 상황, 수많은 신문잡지를 폐간하고 수많은 기자들을 거리로 내쫓은 것을 다시 하겠다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유대인 대학살에 참여한 아이히만에 대해 역사적 교훈을 얘기하곤 한다. 매 순간 우리는 그런 것들이 요구되는 현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도 이날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면에서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여러 법률적 제도가 침해·형해화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공권력이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세상이 되고 있고, 보도·제작시스템도 이런 저런 사유를 들어 손 보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취재를 하고 있는 분들도 '내 문제'라 생각해야 한다. 이후에 마음대로 기사를 쓸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2023년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8간담회실에서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저희 4명이 해임되는 과정 뿐 아니라 공영방송 전반과 비판 언론에 대해 진행되어온 일을 보면서 제 마음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문명사회 바탕인 합리, 상식 이런 것이 싹 사라져 버렸구나라는 것”이라며 “국민을 참으로 만만하게 본 오만이고, 60% 이상의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하는 민심에 대한 두려움, 비명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세력은 결코 성공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대통령실발로 추진된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KBS 2TV 민영화론' 등에 강한 우려를 밝혔다. 남 이사장은 “KBS2 재허가 심사를 해서 분리시키겠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봐서는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해임해놓고 KBS2 심사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8간담회실에서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기관장 긴급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 자리에선 17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금의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언제 야당이 이렇게 많은 수가 된적이 있나. 그런데 이런 거 못 막아내고 있다. 지금처럼 행하는 걸 막지 못할 경우 여러분이 다시 당선될 확신이 서느냐”며 “계속 흩어져서 끌려갈 건가. 비단 언론 문제 만이 아니다. 야당 여러분 자신의 운명을 위해서도 지금보다 좀 더 분발하시고 단결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을 얼굴에 철판 깔고 하는 사람들 짓을 어떻게 막아내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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