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이 즐거운 디자인의 향연···점심도 잊고 미팅 이어져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에 매료"
관람객·기업인들로 인산인해
한국의 美 돋보인 도자기 부스
사흘내내 바이어 발길 줄이어
신설 친환경 제품관도 큰 관심
“Suivez la ligne rouge!(빨간 선을 따라가세요!)”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에 위치한 ‘파크 데 익스포지션’(Parc des Expositions)역은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생활 소비재·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를 찾은 관람객들과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많은 인파를 따라 역을 나와 바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웰컴 홈’(Welcome Home)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빨간 선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입구에서부터 쭉 이어진 빨간 선은 행사가 열리는 노르 빌팽트 전시장 전체를 빠르게 둘러볼 수 있는 동선이자 15개로 이뤄진 메종&오브제 전시관을 안내하는 이정표다.
개막 사흘째를 맞은 메종&오브제 현장은 주말을 맞아 더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눈에 띄는 디자인 제품을 팔려는 사람들과 좋은 제품을 발굴해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기가 넘쳤다. 총 13만㎡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행사는 부채꼴 모양으로 나열된 노르 빌팽트 전시장의 2~8번 홀 전체에서 진행됐다. 2번부터 5번 홀까지는 소형 가전·문구·주방용품·의류 등 ‘소비재’(Objet)가, 6번부터 8번 홀까지는 ‘메종’(MAISO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술 작품에 가까운 디자인들이 전시됐다. 대규모 전시회였지만 길을 잃을 우려는 거의 없었다. 바닥에 표시된 빨간 선만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전시관을 이동할 수 있었다.
이번 메종&오브제의 정체성을 담은 ‘시그니처’관이 마련된 7번 홀은 다양한 색상과 화려함, 더 나아가 대담한 디자인들로 가득했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설치물부터 곡선의 미를 살린 금속 조각물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만난 덴마크 출신의 편집숍 바이어 샬럿씨는 “전 세계 브랜드가 모이는 메종&오브제에 오면 독특하고 재밌는 제품을 직접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안 인테리어 제품군이 전시된 5번 홀을 방문하자 동그란 모양의 향초가 눈에 들어왔다. 향초는 기다란 원통 모양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깬 이 제품은 마치 사과 모빌 같은 느낌을 줬다. 가까이 다가가 심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향초인 것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그동안 봐왔던 단조로운 색상의 평범한 향초들과 달리 과감하고 선명한 색상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었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이 부스를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이 부스의 관계자는 “하루 종일 제품 문의가 이어져 점심도 제 때 먹지 못하고 있다”며 “일상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과감한 디자인 덕분이 눈길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8번 홀에 위치한 ‘크래프트’관에서 한국의 도자기 브랜드 전시 부스를 만났다. 한국도자재단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 도자기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알리기 위해 꾸몄다. 현장에서 만난 민경오 한국도자재단 사업본부장은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적인 미가 담긴 도자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3일 동안 20명 이상의 관심 바이어가 한국 도자기 제품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오늘도 프랑스 남부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는 한 바이어가 브랜드 카탈로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신설된 ‘웰빙&뷰티’(Well Being & Beauty)관에 전시된 제품들은 대부분 친환경 제품들이었다. 특히 물에 파우더와 발포제를 넣어 친환경 주방세제, 샴푸, 바디워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관심을 끌었다.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가파엘씨는 “파우더와 물, 그리고 처음에 구매한 통만 있다면 새로 주방세제를 살 필요가 없다”며 “판매하고 있는 모든 제품이 친환경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프트’(Smart Gift)관에는 가전, 문구류, 소형 가전, 선물용 상품, 잡화 등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전시관들 보다 유독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산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프랑스 출신 이자벨씨는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1년에 한번 메종&오브제를 방문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직접 제품을 눈으로 보고 유행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메종&오브제에서는 친환경 디자인 트렌드가 유독 강화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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